예술경영 예술경영 4
김주호.용호성 지음 / 김영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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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 이제야 조금 알겠다, 라고 난 싱글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예술경영에 대해서 눈꼽만치도 모르고, 그저 '예술'이 좋아 이끌리듯 수강신청을 했고, 친숙했던 '예술'이란 단어와 '경영'이란 단어를 나란히 붙여 놓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채 첫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 학기가 흘렀다. 난 '예술경영'이란, 아직은 낯선 학문을 공부하면서(사실 '공부'란 단어를 쓰기에 쑥쓰러울 정도로 잠깐 맛을 본 정도지만)이 책을 계속 들고 다녔다. 강의 교재는 아니었다. 교수님의 설명을 잘 이해하고 싶어서 나름대로 고른 책이었고, 이 책은 그런 나의 의도에 딱 맞는 책이었다.

대체 예술경영이란 게 뭔지,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뭔지, 실무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는지, 이 책은 자상하게 일러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이 책의 깔끔한 구조다. 한 챕터, 한 챕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전공책의 깨알같은 글씨를 끔찍히 싫어하는 내가 보기에도 전문적인 책이라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 책이다. 관심과 호기심만 있다면 충분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을 열었다면, 덮을 때쯤엔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아, 이제야 조금 알겠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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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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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가 동화는 시시해졌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도 곧잘 읽곤 했었는데, 스물을 넘어서면서는 나도 모르게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이렇게 둥글고, 빨갛고, 예쁜 것들만 유치하게 책에 담아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 때는 동화 쓰는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나도 변한 것일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은희경의 '새의 선물'의 주인공, 모든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그 아이의 조숙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은 내 안에서 아이의 순수함을 추구하면서도, 동화 속에 나오는 순수는 꾸며진 것이리라 의심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읽은 동화였는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 제제는 꾸며진 순수 안에만 갇힌 것도 아니고, 혀를 내두를 영악함에만 치우친 것도 아니다. 작가의 어린시절이 녹아있다는 제제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난 신선한 충격에 빠져들었다. 그 아이의 모습은, 어릴 적 가사 내용을 하나도 모르면서 가요를 불러댔던 나의 어린시절과 닮아있었다. 부모님이 '너, 그거 어디서 배웠어?'하고 호통을 치셔도 왜 혼나야 하는지 몰라 울먹거리기만 했던 나처럼, 제제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왜 어른들이 말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엉뚱한 일을 저질러 매를 맞고, 제제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 가족들의 학대 때문에 벅차오르는 슬픔으로 몸을 가눌 수 없으면서도 '아기예수님도 슬픔 속에서 태어났어..'라고 생각하는 아이.어떻게 이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을까. 라임 오렌지 나무와 이야기하고, 어른과도 마음만 통하면 친구가 되는 아이. 착한아이만도 아닌데 미워할 수도 없는 아이.

다른 동화책 속의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제제, 이 아이는 아무런 생각 없이 펴든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하게 했다. 이제까지, 어느 동화책도 이렇게 마음을 흠뻑 젖게 하지는 못했다. 제제는 빛바랬지만 애틋하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쁨과 슬픔을 다시 꺼내보게 한다. 어느덧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아이가 주는 '누구도 꾸며낼 수 없고 흉내낼 수 없는' 순수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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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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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좋은 책을 만나면 한 장 한 장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한비야씨의 그 말을 떠올렸고, 정말 한 장씩 읽어갈수록 줄어가는 책 두께가 안타까웠다. 좀 더 공지영씨의 얘기를 듣고 싶은데, 좀 더 그 고풍스런 수도원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공지영씨는 '봉순이 언니' 를 통해 만났고, 이 책이 두 번째였다. 소설과는 다른 느낌으로, 이 책을 통해 좀 더 공지영씨와 친해지는 듯 했다. 그녀를 통해 찬찬히 유럽의 수도원을 돌아보고, 그 안의 수사님과 수녀님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 안의 생각들과 만날 수 있었다. 소설에서는 좀체 눈치채지 못했던 그녀 안의 생각이 가끔은 나의 생각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창조물인 자신을 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나를 찾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의 글귀-그녀가 그리 오래도록 찾아 헤맨 목마른 영혼의 해답-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맞아..우린 다 목마른 영혼들이야..'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떠난 기행. 그녀는 자신의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아나선다. 그 높다란 수도원 안에서, 평생 하나님을 위해 살겠노라고 스스로 자기를 가두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때로는 이해하다가, 어느새 진지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그녀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의 고민을 그대로 내어보인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이 책을 읽는 건 불가능하다.

가장 잘 쓴 기행문은 이런 것이 아닐까. 글쓴이와 함께 다니는기분이 드는 글, 그리고 꼭 그 곳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글.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더불어 존재에 대한 진지한 의문들, 내 능력의 영역을 넘어서는 신의 섭리, 삶에 대한 성찰, 이러한 생각들이 책 읽은 후에 오랜 여운을 느끼게 한다. 정말 멋진 수도원들의 풍경이 담긴 사진도 깊은 정취를 남긴다.

혼자도 잘 살 수 있노라며 큰 소리 땅땅 치며 조금은 거칠게 인생을 살았더라도, 어느 때엔 그녀처럼 이렇게 말하게 되지 않을까.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싶어 다시 일어날 때마다 상처를 가리기위해 가면을 썼고,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떠돌다가 나는 엎어져 버린 것이었다. 내가 졌습니다! 항복합니다! 항복....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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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세계사
정명숙 지음 / 대교출판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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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안에 있는 서점에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사르륵 넘겨보니 총천연색 컬러 그림에 하얀 종이 결의 느낌이 좋고, 글씨도 시원스럽다. 가끔은 내용과 상관 없이 이런 것들로 마음이 끌리기도 하니 만년 소녀임에 틀림없는 모양이다. 서서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명화와 역사가 합쳐진 책이니 그 소장가치야 따질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으므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아서, 이 책은 내용 면에서도 충실했다. 물론 세계사 이야기를 큼직큼직하게 나눠서 하기 때문에 그 속속들이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적합지 않다. 대략적인 세계사 이야기에 생생한 명화가 곁들여져 있는데, 역사책을 보며 상상만 했던 장면들이 책 속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역사 속의 명화, 명화 속의 역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일.

하나 빠뜨린 게 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당연히 역사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읽는 게 좋겠다. 다 아는 얘기라고 심심해할 수도 있으니. 그러나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차근차근 일러주는 저자의 설명과 고풍스런 명화의 유쾌한 만남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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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조수미 지음 / 창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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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노래하는 조수미만을 보아왔다. 당연하다. 그녀는 세계적인 소프라노니까. 성악가는 노래로 말해야 하니까. 하지만 노래하는 모습 외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은지. 그녀의 '노래'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좋아한다면.

고등학교 때 성악하는 친구의 피아노 반주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성악에 관심이 생겼고, 그러한 관심의 결과물이 책장 한 편을 차지한 조수미의 음반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어떻게 고음을 저리도 아름답게 소화해낼까'하고 생각하기도, '정말 잘하네~'하고 아예 넋을 놓고 듣기도 했다. 노래를 좋아하다보니 그녀에게 관심이 생기고, 그녀에 대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필수다. 가히 조수미의 모든 것이 담겼다고 할 수 있으므로.

궁금했는가? 그녀의 어린 시절이. 어떻게 노래를 하게 되었는지. 첫사랑은 누구였는지. 유학시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유명한 음악가들과의 만남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빈틈 없이 빽빽한 공연 스케줄에 따라 세계를 돌아다니는 삶은 어떤지.

평소의 그녀처럼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외국생활의 외로움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비치기도 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모두 담아냈다. 솔직하게. 성악을 공부하는 또 다른 친구에게 이 책을 권했다. 분명 그 친구가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얻으리란 걸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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