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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평점 :
서점에 갔다. 오랜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해주고 싶어 골라보라 했더니 미안해하면서도 책 선택에는 주저함이 없다. 그 친구가 고른 책이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다. 책장을 대강 넘겨보던 내가 한 말은 '이거, 재미없게 생겼다'였다. 내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는 그 책을 가슴에 안았다. 전부터 읽고 싶었다고. 얼마 후 만난 친구에게 그 책 어떠냐고 물었는데, 두 말도 않고 '한 번 읽어보라'고 한다. 호기심 많은 나는, 이 책이 어떤 매력을 가져 베스트셀러의 대열에서 당당히 앞자리를 차지하는지 알고 싶어진다.
햇빛 잘 드는 침대에 자리잡고 뒹굴거리며 가장 편한 자세로 책장을 넘겨갔다. 나는 이미 '어린이'라고 불릴 시간을 지나왔지만 숙희, 숙자, 동준이, 동수, 명환등의 아이들과 함께 또 다시 '어린이'가 된다. 이 책은 간과하지 않는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라는 소리를 듣는 그 나이에도, 이미 너무나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걸. 아픔과, 슬픔, 감당하기 어려운 그리움까지도 말이다.
이 책은, 우선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다. 바깥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서일까. 책 안에 펼쳐진 괭이부리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아픈 가난의 조각들이 어느 곳에나 덕지덕지 묻어있지만, 화려한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소박했던 우리의 모습들을 읽는다.
사실, 책 내용은 어디선가 본 듯하여 신선함을 주지는 않는다. 높은 파도같은 절정도 없다. 그저 평이한 문체로 담담하게 아이들의 일상을 담아낼 뿐이다. 그러나 어느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경쟁사회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은 그래서 이 책을 읽는가보다. 순박하고 꾸밈 없었던...그들의 어릴적 모습을 찾고 싶어서. 괭이부리말, 그곳의 낮은 판자집 사이의 좁은 골목을 이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