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10 - 완결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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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끔 만화를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내 머릿속이 비는 것 같다..라고. 만화는, 정말 심심하거나, 아니면 삶이 너무 복잡해서 단순해지고 싶어질 때 보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천편일률적인 스토리-평범한 여자아이 주변의 꽃미남, 그리고 그와의 러브스토리-는 솔직히 답답할 때가 더 많았다.

오디션은 다르다. 오디션이 다른 만화와 차별화 되는 이유는 천계영이 좀 남다른 구석이 있기 때문일거다.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만화에만 몰두한다는 그녀. 이제까지 웬만한 만화의 스토리는 예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녀의 만화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변수들은 가끔씩 읽는 이를 놀라게 하고 감탄하게 한다. 만화 곳곳의 해박한 지식들은 이 만화가 쉽게 그린 것이 아닌,오랜 노력의 결정체임을 느끼게 한다. 이만큼의 자료를 모으기위해 그녀가 얼마나 정성을 쏟았을까.

네 명의 천재소년, 그들이 진정한 뮤지션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철저히 소위 '요즘 아이들'의 입맞에 맞게 구성되었다. 그림 또한 눈을 뗄 수 없게 화려하다. 이에 대한 비판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감각적인 면에 너무 치우쳤다는. 거꾸로 생각하면 비주얼적인 면에 민감한 아이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준다는 것. 이것이 이 만화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되겠지만 말이다. 이 같은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오디션은 보통 만화는 아니다. 만화의 유치함이나 우연적 사건의 연속쯤은 살짝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신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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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인물로 읽는 이야기 조선왕조사
서정우 지음 / 푸른숲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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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책이랍시고 펴놓고 있다가 졸기가 일쑤인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교과서는 한 시대를 정치, 경제, 문화로 토막내 놓아 정리는 잘해놓았는지 모르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중, 고등학교 시절 역사, 특히 조선왕조사에 재미를 느껴서 이 책 저 책을 헤짚고 다녔는데, 그 '재미'를 느끼게 된 시발점이 이 책과의 만남이다.

서정우씨는 현직 교사로, 역사에서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낚아 입담좋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정도전, 태종 이방원, 양녕대군으로 이어지는 조선 인물들에 대해 흥미있는 소설로 엮어놓았다. 이 책의 특장점은 바로 이 '소설적 재미'다. 역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체험, 그 다음은 당연히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귀결된다. 한 사람의 인물과 사건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고, 필요한 더 이상의 설명은 작은 글상자에 담아 덧붙였다.

교과서 속 역사는 고리타분하다고? 이 책을 읽은 다음에 교과서를 다시 볼 일이다. 역사인물들과 친해지면 역사책 들고 조는 빈도는 현저히 줄 것이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대화체가 많고, 쉬운 어휘로 인물의 심리묘사와 사건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도 권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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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공부하세요
김은기 외 지음 / 우석출판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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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고3 내내 들고 다니던 책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공부하기 싫어질 때면 교과서는 잠시 덮어두고 이 책을 펼치곤 했다. 책을 산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한참 지나서 그냥 제목에 이끌려서였는데-'열심히 공부하세요'나 '꾸준히 공부하세요'등의 제목이었다면 결코 사지 않았을 것이다-덕을 본 건 고 3때, 정말 '입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였다.

각 대학을 수석 합격한 선배들의 수기는 항상 입시생들에게 최대의 관심거리요, 읽을거리다. 이들의 슬럼프 탈출기나 세심하게 일러주는 입시생활의 노하우는 지친 수험생들을 독려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어려운 과정을 확인하며 혼자만 힘든게 아니라는 위로를 얻고, 동시에 느슨해질때 적당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입시과정이 많이 달라진 지금과는 공부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자세와, 공부를 즐겁게 하려는 마음가짐은 다시 한 번 생각할 만하다. 이 책의 가치는 그것이다. 공부를 머리로 하려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가슴으로'하기를 외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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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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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씨의 글을 읽다보면 풍부한 어휘력에 놀란다.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입속에서만 말이 맴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박완서씨의 글을 읽을 땐 시원함을 느낀다. 세월이 묻어나는, 그러나 고리타분하지 않은 글솜씨는 책읽기를 '즐겁게'한다.

80년대에 태어난 나로서는 유년의 기억을 더듬은 작가의 공간이 처음엔 낯설었다. 그러나 곧 세밀하고 아름답게 묘사되는 시골 풍경과 맛깔스럽게 그려지는 주변 인물들 이야기에 젖어들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작가와 동년배였다면 얼마나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닿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유년시절을 조심스레 돌아보며 작가의 마음에 담긴 아름다운 풍경이 내겐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은 아주 독특해서 나같은 '호기심 소녀'가 그냥 넘어갈 수 없게한다. 제목을 보고 국어사전을 뒤진 후에 드디어 이 책을 접하던 날, 종일 책을 붙들고 단숨에 읽었다. 물론 '정말 싱아는 누가 다 먹었지?'하던 질문에 대한 정답이 책에 들어있지는 않다. 누가 그 많던 싱아를 다 먹었냐고? 책장을 넘겨보라. 작가가 그려놓은 공간에서 푸르른 싱아를 먹는 건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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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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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다. 오랜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해주고 싶어 골라보라 했더니 미안해하면서도 책 선택에는 주저함이 없다. 그 친구가 고른 책이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다. 책장을 대강 넘겨보던 내가 한 말은 '이거, 재미없게 생겼다'였다. 내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는 그 책을 가슴에 안았다. 전부터 읽고 싶었다고. 얼마 후 만난 친구에게 그 책 어떠냐고 물었는데, 두 말도 않고 '한 번 읽어보라'고 한다. 호기심 많은 나는, 이 책이 어떤 매력을 가져 베스트셀러의 대열에서 당당히 앞자리를 차지하는지 알고 싶어진다.

햇빛 잘 드는 침대에 자리잡고 뒹굴거리며 가장 편한 자세로 책장을 넘겨갔다. 나는 이미 '어린이'라고 불릴 시간을 지나왔지만 숙희, 숙자, 동준이, 동수, 명환등의 아이들과 함께 또 다시 '어린이'가 된다. 이 책은 간과하지 않는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라는 소리를 듣는 그 나이에도, 이미 너무나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걸. 아픔과, 슬픔, 감당하기 어려운 그리움까지도 말이다.

이 책은, 우선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다. 바깥 세상이 하도 시끄러워서일까. 책 안에 펼쳐진 괭이부리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아픈 가난의 조각들이 어느 곳에나 덕지덕지 묻어있지만, 화려한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소박했던 우리의 모습들을 읽는다.

사실, 책 내용은 어디선가 본 듯하여 신선함을 주지는 않는다. 높은 파도같은 절정도 없다. 그저 평이한 문체로 담담하게 아이들의 일상을 담아낼 뿐이다. 그러나 어느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경쟁사회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은 그래서 이 책을 읽는가보다. 순박하고 꾸밈 없었던...그들의 어릴적 모습을 찾고 싶어서. 괭이부리말, 그곳의 낮은 판자집 사이의 좁은 골목을 이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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