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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에 이 소설이 연재되고 있었다는 것, 책이 나오기 전에 일어난 이 소설 속의 현실들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걸 나는 잘 몰랐다. 늘 살아가는 일마다에 소극적인 나는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누가 썼는지 알게 된 후에도 더욱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읽어버렸다.
그래도 끝까지 이 책을 다 읽게 돼서 다행이다. 영화는 아직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는 눈을 감으면 모든 게 지나가지만, 삶은 올곧이 다 겪어내야 하는데, 그들이 그 모든 걸 다 겪어냈고 앞으로도 겪어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조차, 무심히 지나치는 발걸음 같다. 누군가는 고통의 한 가운데서 극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데, 그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나의 모든 크고 작은 괴로움들이 그들의 고통에 얽히고 침착되어 새로운 나의 괴로움이 될까봐 항상 멀리 도망다니곤 한다. 무엇무엇 때문이 아니라 결국은 내 마음이 흔들려서 외면하는, 하루하루가, 온통 이 사회가 눈과 귀와 입을 막는 침묵의 도가니다. 모든 '그들'을 위해서라면, 어쩌면, 그들을 외면했다는 죄책감은 너무 가벼운 고통이다.
모두 다 힘겹다. 나도 힘들다. 오늘도,
작은 억울함 때문에 울고, 울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숨는 나를, 누구든 도와주었으면 하는 내가, 여기서, 더 이상은 숨지 말고, 조금씩 그들을 더 생각할 수 있다면, 상대적인 이 불행을 그들을 만나기 전에도 지울 수 있다면, 그래서 도망가지 않고 곁에서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일이나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