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우연한 고양이 문지 에크리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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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와 '일다'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와의 삶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그 삶이 허락한 리듬으로 써내려간 에쎄(essai). 작가로서는 필연적인, 불가피한 고독의 시간이 고양이에 대한 관찰와 사유로 이어지면서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문학적 공간을 생성해낸다.


작가의 본래의 것인지 고양이에게 동화된 것인지 구분이 엄격히 되지 않을 정도로 글의 리듬은 예의 장모종 고양이의 그것과 유사하다. 고양이에 대한 관찰은 사실상 고양이의 행동이 지닌 고유한 리듬을 습득한 자의 무의식적 리듬을 보여주는 일종의 카메라 워크인 것이다. 어떤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세계가 우리 몸 속에 구조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찰에서 사유로, 그것은 두 고양이와의 만남과 관계 만큼이나 우연적이고 미스테리한 형태로 출현한다. 어떤 글이 지닌 직관의 결은 글을 읽는 사람을 순간적으로 소외시키곤 하지만, 또 어떤 글은 직관의 결을 따라 그 글이 쓰여진 상황 속으로 우리를 홀연히 데려간다. 후자의 형태에 가까운 글을 따라 이르게 된 어떤 상황과 그 속의 누군가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러한 관찰과 사유가 가능했던 자의 존재론적 상황과 조우한다. 숙고되었으나 별안간 찾아온 표현들 속에서 한 개인은 이 세계에 온 자의 숙명, 즉 존재의 우연성을 응시하게 되는 것이다. 고독의 시간은 제법 문학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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