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
권혁만.KBS 제작팀 원작, 주경희 엮음 / 비전북(VisionBook)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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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2014년) 말, 한 인물을 그린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픽션이 아니라 다큐의 성격이 강한 영화였다. 권혁만 감독의 산돌 손양원 일대기를 그린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 그것이다. 신앙 영화지만 일반 사람들이 봐도 감동 받을 만한 영화였다.

 

내가 오늘 읽은 책은 그 영화의 원작 소설 격인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비전북 간)이다. 권혁만 ․ KBS 제작팀 원작 / 주경희 엮음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공동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현대사에 사랑의 족적을 뚜렷하게 남긴 손양원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긴 하지만 여기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그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과거의 인물은 주인공 손양원 목사이고, 현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사람은 직접 등장해서 나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레이터는 모두 세 사람인데, 손양원 목사의 장녀인 손동희 권사, 양자(養子) 안재선의 아들 안경선 목사 그리고 <연탄길>과 <위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철환 작가가 그들이다. 이들은 적재적소에서 손양원 목사와 관련 인물들을 불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을 기능상 말한다면 일종의 액자소설(Rahmennovelle)이라고 할 수 있다.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는 과거 사건의 기록이다. 세 사람의 나레이터가 이야기를 현재화시키고 있다.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틀(액자) 안에 연속 배치함으로써 사실성을 높여주고 있다.

 

총 18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나레이터가 과거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글이 앞에 그리고 손양원 목사에 대한 이야기가 액자의 내용이 되어 뒤따르는 형식이다. 여기에 프롤로그인 '책을 펼치기 전에'가 서두에 붙어 있고, 책 끝에 '손양원 목사의 아홉 가지 감사 기도문'과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갤러리'가 첨부되어 있다.

 

손양원 목사의 위대함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한센병 환자들을 육적 영적으로 돌본 것. 둘째, 일제의 한국인 동화정책의 일환이었던 신사참배를 반대한 것. 셋째,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 삼은 것. 마지막으로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한 것 등이다.

 

이 책은 이것들을 풀어 설명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손양원'을 수식하는 말이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다. 이 책에서 사랑은 모든 것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손양원 목사가 실제 증인이다. 그는 애양원 한센인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했기 때문에 순교를 당한 것이다.

 

기독교는 잘 살기 위한 종교가 아니라 잘 죽기 위한 종교다(190쪽). 순교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순교적 삶을 살아온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순교적 삶이란 말씀 위에 굳게 서서 살아가는 삶, 예수 그리스도의 아가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가리킨다. 평소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손양원 목사는 순교의 준비에 철저한 목회자였다.

 

독자가 있는 한 책은 계속 찍어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산견되는 오류를 몇 개 지적하며 서평을 마치려 한다. 소설의 범주에 드는 책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결정적인 잘못은 지적해 주는 것이 독자의 도리란 생각이 들었다.

 

24쪽 '한문 성당에 입학해'에서 '성당'은 '서당'으로, 28쪽 '중공학교'는 '중동학교'로, 37쪽 '일본 동방선교회'는 '일본 동양선교회'로 또 같은 쪽 '전중치 목사'는 '중전중치 목사'로 고쳐야 한다. 38쪽 '동경선교회'도 '동양선교회'로, 40쪽 '부산 강만동'은 '부산 감만동'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또 43쪽 '경남 선교학교'는 '경남성경학원'으로, 50쪽 '대동강면 능라도교회'는 '대동강변 능라도교회'로, 106쪽 '소리를 지렀다'는 '소리를 질렀다'로, 186쪽 '선택했느냐는 하는'은 '선택했느냐 하는'으로, 207쪽 '1950년 9월 28일 새벽'은 '1950년 9월 28일 밤'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권말 부록 성격의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갤러리'에 대해 한 마디 첨언하고 싶다. 총 23매의 사진에서 손양원 목사의 가족과 김구 등 역사적 인물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옛 사진을 선명하게 현상해 올린 것은 그 방면에 특출한 기술을 가진 사람의 작품이지 싶다.

 

스승이 부재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민족의 참 스승 손양원 목사가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참 스승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물이라고 하지만, 자료에 근거해 사실적으로 기술되어 흥미 있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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