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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다섯 그리움 일곱 - 강여울 풀씨처럼 6
오혜령 지음 / 이유 / 2003년 11월
평점 :
오혜령 영성묵상 기도집이라고 했다. 두 가지 어휘가 집혔다. 오혜령과 기도집이 그것이다. 오혜령이라. 그는 일찍 극작가로 문명을 떨쳤던 사람 아닌가. 그는 연세대 영문과 오화섭 교수의 딸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역시 같은 학교 경영대학장을 지낸 나의 지인(知人) 오세철 교수의 친 누나이기도 하다.
나는 오혜령을 문학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하나님의 여종으로 믿음의 본을 보이고 있다는 게 놀라웠고 또 한편 고맙기까지 여겨졌다. 이 책 표지 안쪽에 있는 지은이 소개를 보니까 그는 현재 '평화의 집' 원장, '평화교회' 전도사, '평화영성수련원' 원장으로 1인 다역(多役)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의 영성 묵상 기도집 <그리움 다섯, 그리움 인곱>은 서시(序詩) '당신 힘과 견줄 수 없사와' 뒤에 30일 동안 묵상한 기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꽃들이 만발하고 또 빠른 것은 씨를 맺는 6월(June)을 특정하고 있지만 거기에 얽매여 읽을 필요는 없다. 매일의 묵상을 쉬운 언어로 조탁(彫琢)해 놓았지만 영적 파워가 가볍지 않다.
기왕에 출간된 개인 묵상 기도집(祈禱集)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미안스럽게도 읽고 영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많지 않았다. 성경 단어를 나열하는 데에 머문 것이 많았고 또 어떤 것들은 서투른 어휘 구사로 묵상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들도 없지 않았다. 문학성의 결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혜령의 <그리움 다섯, 그리움 일곱>은 그렇지 않았다. 책 이름 앞에 붙여 놓은 '영성 묵상 기도집'이란 말을 충족시키고도 남는 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실제 내용은 이 묵상 기도집을 읽고 각자 소화해 보기 바란다. 느낌의 각도는 다양하다 할지라도 받는 은혜는 동일할 것이다. 이것은 먼저 읽은 내가 보증한다.
이 자리에선 책의 구성과 체제에 대해서 몇 가지만 언급하려 한다. 먼저, 제목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이다. 성경에서 다섯은 보통 수(數), 일곱은 완전수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그리움 다섯'은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서를 말한다. 신앙인은 여기에 자족해서는 안 될 터. 그래서 '그리움 일곱'이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묵상의 나래를 맘껏 펴 보겠다는 글쓴이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글 반 꽃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으로 또는 그림으로, 어떤 때는 독립된 사진으로 면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글을 받쳐주는 배경 그림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톡톡히 돕고 있다. 무엇보다도 묵상의 글을 이끌어 내는 성경 요절이 문두(文頭)에 놓여 있어 전체 글을 풀어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묵상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책의 가치는 형식보다는 내용에 의해 결정되기 쉽다. 그러나 형식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다고 해도 오탈자 비문(非文) 띄어쓰기 맞춤법 등에 틀린 데가 많다면 좋은 책으로서 인정받기 어렵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나는 오혜령의 이 책을 꽤 신경 꽤 신경 써 읽었지만 부자연스런 곳을 한 군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단하다.
문인으로서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리라. 오혜령은 지금까지 많은 글을 써서 책으로 출판해 왔다. 이 묵상 기도집만 해도 '강여울 풀씨처럼'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그의 글은 산소와도 같아서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데 귀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적으로 더 신실한 기도집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복잡하면서도 팍팍한 시절, 오혜령의 묵상 기도집을 읽음으로써 영혼의 쉼을 얻기를 바란다. 아울러 노익장(?)을 과시함으로 많은 독자들을 기쁘게 만드는 오혜령 원장님의 영육간 건강과 건필을 위해서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