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 쓰러져도 여덟번 일어난다
김두관 지음 / 출판시대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어떤 사람은 정치인을 두 부류로 구분했다. 정치인과 정치꾼이 그것이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전자는 스테이츠맨(statesman)쯤 될 것이고 후자는 폴리티션(politician)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치하는 이를 이렇게 구분해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정치인으로 부르면서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면서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정치와 무관하게 자기 영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치인같은 사람'하면 대부분 정색을 하며 무척 싫어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김두관을 우리 풍토에서 정치인으로 부르기가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해온 터다. 그는 이장 출신으로 민선 군수를 두 번이나 지내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정무특보와 제일야당의 최고위원까지 지낸 사람이다. 정치에 대해 웬만한 사람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를 왜 나는 정치인으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까지 내가 만난 정치인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국리민복을 큰 소리를 외쳐 대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출세와 영달에 매달리는 사람들이었다. 자리 앞에는 정의 짓밟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입신양명을 위해서는 불의한 권력 앞에 줄서기를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또 그런 자리와 알량한 양명이라도 취할 때면 과거를 까마득히 잊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김두관은 적어도 그런 부류는 아니다. 오늘(3월 1일) 창원 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그의 출판기념회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좀 망설였다. 먼 길도 길이려니와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행사 참석이 아주 어색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1980년대 중반 사회운동을 함께 한 인연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후 그와 개인적 정분을 나누며 지내온 사이다. 작년 내가 다리 수술로 입원을 했을 때 그는 병실로 고졸한 한국 란을 보내 쾌유를 빌어준 것도 나에게 고마움으로 간직되어 있다. 언론을 통해 그가 금년 6월에 있을 지자제 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세 번째 도전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김해에서 사역하는 한 목사님과 연락해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큰 건물 주위가 아주 혼잡했다. 비가 축축히 내리는 일기임에도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남해 등 고향에서 단체로 온 몇 대의 관광버스를 빼고는 거의 승용차였다. 승합차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창원은 경상남도의 도청 소재지이다. 도청 이전이 확정되고 건설된 도시여서 아주 짜임새가 정연한 도시이다. 이런 도시를 계획도시라고 할 것이다.

그런 도시에 건설된 컨벤션센터여서 규모가 컸다. 넓은 2층 행사장이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몇몇 아는 사람들과의 인사도 그냥 악수만 하고 헤어져야만 할 정도였다. 실내 곳곳에 그의 앞날을 기약하는 펼침막들이 펄럭이는 가운데 행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닌 출판기념회에는 자주 다녔다. 입구에서 방명록에 기록을 하고 봉투에 넣은 출판 기념 책자를 선물로 받고 저자의 인사말을 듣고 간단한 다과를 들며 친교를 나누다가 돌아오는 것이 내가 경험한 출판기념회들이다.

하지만 이번 김두관의 출판기념회는 형식과 내용이 전혀 달랐다. 참석한 사람들의 규모가 벌써 초대형이었고(아마 3천명은 훨씬 넘을 듯), 먹거리라곤 행사장 한 귀퉁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느라 힘겨워 보이는 커피가 고작이었다.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든 것은 출판된 책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출판시대 간)를 정가를 다 받고 판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는 몇 권씩 더 받아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모르긴 해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편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김두관' 하면 젊은 정치인을 연상한다. 그의 생각이 늘 새롭고 정치 아이디어가 싱싱하고 추진력이 진취적이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도 벌써 지천명의 나이를 넘은 중진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행사장에 참석한 면면들을 봐도 그렇고 또 기념식을 영상으로 축하해온 사람들 화환과 축전으로 함께 해준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모두 우리나라를 이끌어왔고 또 일끌어 가는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었다. 김두관의 현 자리를 가늠할 수 있고, 앞날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각계각층'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참석자들은 정말 다양했다. 종교계 인사들만 보아도 개신교 불교 가톨릭을 망라하고 있었으며, 지역도 영남은 말할 것도 없고 호남과 경인지역의 사람들의 이름이 거의 오르내렸다. 내빈을 소개할 때도 행정부 입법부를 대표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개되었고 심지어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사람들과 국회의원 보좌관들까지 소개되었다. 소개하는 데 30분이 훨씬 넘는 시간이 소비되었지만 지역과 계층 그리고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친구를 가지고 있는 김두관의 교유 폭을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김두관이 직접 쓴 책은 아니다. 전문 인터뷰어 김덕문이 그와 묻고 답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김두관이 직접 쓴 것 이상으로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정확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지방분권에 대한 그의 신념에 가까운 철학이 배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의외의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두관은 지방자치에 대해 일가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노무현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임명된 것을 당시 언론과 정계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였는데, 그가 지방자치에 대해 갖고 있는 식견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낸 책들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내용도 천편일률적이어서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살기 좋아지니 뽑아달라는 것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 책은 글쓴이의 머리말만 읽어도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짚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기차간에서 나는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를 정독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 정치가 우리나라 발전을 어떻게 막아 왔으며 막고 있는가를 변화를 갈망하는 눈으로 보는 한 정치인의 미래가 잘 진술되어 있었다.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낸 신학림이 그의 절친한 친구라는 것도 나는 처음 알았다. 이 책 말미에 '김두관을 믿는 열 가지 이유'를 40년 친구로서 그가 말하고 있는데, 그는 김두관을 결점이 없는 것이 결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김두관을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 역정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진정 국민의 사랑스런 정치 지도자로 생각되는 이유는 이런 어려운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한 고난을 뼛속 깊이 체험한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난을 경험한 자만이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아는 법이다. 가난을 위하는 체 하는 정치인은 많아도 가난을 정말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내가 노무현을 그리워하고 김두관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진정 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 사자성어로 하면 '칠전팔기(七顚八起)'란 말이다. 이 말 속에는 굽힘이 없는 의지와 노력의 땀방울이 서려 있다. 또 옳은 길이라면 죽어도 걸어가는 고집이 녹아있는 말이다. '칠전팔기'하면 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링컨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삶의 여정 속에 대기만성의 꿈을 이룬 대통령이기 때문에 노예 해방 등 미국 역사에 큰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김두관이 도백을 거쳐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최고 지도자로 성장해 가기를 바란다. 그가 도지사가 되면 도민을 위해 무언가 달라질 것이며, 그가 이 나라 최고 지도자가 된다면 국민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우리 주위에 정치꾼은 많다. 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은 드물다. 나는 김두관이 국민 전체에 꿈과 희망을 선사할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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