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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꿈
최문순 지음 / 고즈윈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일 때문에 요즘 강원도 춘천엘 자주 가게 된다. 춘천은 강원도의 도청 소재지이다. 이곳도 6.4지방 선거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거리의 높은 빌딩에 걸려 있는 출마자들의 현수막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기초 단체와 광역 자치 단체의 장, 의원에다 교육감이 되어 보겠다고 내미는 얼굴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各樣各色)이다. 진정 주민을 위한 좋은 후부의 선후를 분간하기 쉽지 않다. 내가 사는 지역도 그런데 하물며 남의 동네임에랴!
지금의 강원도 지사는 최문순이다. MBC 기자로 시작해 노조 위원장을 거쳐 사장까지 지내고 국회의원을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나는 그가 이번 선거에 나와 연임에 도전하는가가 궁금했다. 춘천 시가지에 나부끼고 있는 그 많은 후보 현수막 중에 그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궁금증은 더 했다. MBC 사장이었을 때에도, 국회의원일 때에도 가끔 만나는 그에게서 수수한 촌부(村夫)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 그리고 서민으로 살아가는 나와의 근친성(近親性)으로 인해 위로받곤 했는데 그 많은 후보군에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서운한 일이다.
그런데 그 궁금증이 의외의 곳에서 쉽게 풀렸다. 일을 보고 하룻밤 묵어가기 위해 처가에 들렸다. 장인어른의 서재에 들려 서적들을 일별하던 중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이즈도 크지 않고 그렇게 두터운 책이 아닌데도 내 눈에 잡힌 것이. 도리어 이 책은 그 반대편에 속하는 것이었다. 문고판보다 조금 큰 규격에다 쪽수도 200을 간신히 넘고 있었으니까.
책의 제목은 <감자의 꿈>(고즈윈). 그는 이 책에서 정치적인 언사는 조금도 밝히고 있지 않았다 그냥 서민 아닌 서민으로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는 책이었다. '감자'는 강원도를 상징하는 농산물이다. 이것은 종종 강원도 사람들을 조금 비하하는 듯한 말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나는 이 '감자'라는 단어에서 꾸밈없는 진실과 천진난만함의 속성을 더 자주 떠올린다. 여기서 '감자의 꿈'은 최문순의 꿈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최문순에게서 정치인(도지사)이 아닌 동화 작가의 면모를 느꼈다. 높임말 문장부터가 그랬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묻어나는 자기 겸손과 꾸밈없는 순수성이 그랬다. 이런 것은 동화의 특징이 아닌가. 정치인들이 선거를 겨냥해서 찍어낸 책들에서 읽는 과대 포장성 글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이 책은 모두 여섯 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감자의 꿈, 감자의 희망, 감자의 사랑, 감자의 평화, 감자 마을 에피소드들, 내가 본 문순C 각 파트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여기서 수식어 '감자의'를 뺀 꿈, 희망, 사랑, 평화 등은 최문순이 목표하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 추구해 나갈 그의 가치들이다. 이어‘감자 마을 에피소드들'은 그 가치의 살아있는 예들이다.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Part6. '내가 본 문순C'이다. 사람을 치우치지 않고 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각이 중요하다. 최문순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함께 생활한 사람들의 '최문순 관(觀)'을 담은 '내가 본 문순C'에서 공통된 한 어절을 집어낸다면 그것은 '인간 사랑'이 아닐까 싶다. 또 '인간 사랑'을 받들고 있는 단어들도 언급해야 할 텐데. 순수, 진리, 정의, 신뢰, 섬김 등이 보조 단어들이다.
나는 이젠 정치꾼이 아닌 진정한 정치인이 지역과 나라를 책임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벌써 그렇게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에 안타까워할 수만은 없다. 국민이 나서서 진정한 정치인을 만들고 세워나가야 한다. 최문순이 그런 정치인 중 앞 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을까.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하는 최문순이니 말이다. '모든 감자는 귀하다'는 그의 책 첫 글의 일부에 그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부기한다. 아울러 그의 승리를 멀리서 간절히 기도한다.
"감자 한 알 한 알이/모두 귀한 감자들입니다./누구도 버릴 수 없습니다./감자 한 알 한 알이/존중받고 존엄하게 여겨지는/감자밭/못생긴 감자도 찌그러진 감자도/굼벵이 먹은 감자도/귀퉁이에서 자란 감자도/덜 자란 감자도!/모두가 귀하게 여겨지는 감자밭!/그것이 감자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