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독서 명품인생
이상욱 지음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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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문화가 세상을 온통 뒤덮고 있는 판에 '독서'에 대한 책이라니. 나는 세상을 역린(逆鱗)하는 듯한 이러한 용기에 가끔 연민을 느껴왔다. 학교 직장 심지어 가정에서도 온통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배하고 있다. 아니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거리를 활보하면서도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세태이다. 이런 마당에 '책 좀 읽어시오!' 그것도 '명작을 읽어시오!'라는 외침이 통할 리가 없을 것 같다.

아니다. 통할지도 모른다. 인터넷 문화를 앞장서 이끈 빌 게이츠(William H. Gates)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그의 주위엔 늘 책이 놓여 있으며 특히 장거리 여행을 갈 때에는 가방 가득 책을 담아 떠난다고 한다.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힘을 그가 책에서 공급받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책의 끈끈한 생명력을 그는 증명해 보이고 있다. 사람이 역사의 주인인 이상 책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앞으로도 사람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런 시점에 독서에 대한 책이 한 권 출판되었다. 이상욱의 <명작 독서 명품 인생>(예영커뮤니케이션)이 그것이다. 한편 반갑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 그의 이 책이 울림 없는 외침이 되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출판 산업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세상에 던져진 독서 관련 책이어서 더 그렇다. 지금 그나마 겨우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책은 처세술과 건강 그리고 재테크 관련 도서 정도라는데, 명작 독서로 명품 인생을 만들기 위한 책이 독자의 반향을 적게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책은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진리로 통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 무분별한 인터넷으로 인해 그 진리가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점검해 볼 때이다. 그리고 미래를 바라볼 때이다. 독서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관련 도서가 독서에 대한 기술을 제시하고 지적 만족감을 맛보게 하는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독서로 인해 계산에 밝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상욱의 <명작 독서 명품 인생>이 그런 책 중의 하나였다면 나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을 강조했고 '정신'에 가치를 부여했으며 '바른 삶의 방법'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정신적 건강에서 진정한 행복을 꿈꾸고 평화를 그리고 있다. 그가 명작 독서법을 '명작을 읽고 명품 인생을 살게 하는 독서법'이라고 정의한 것에서도 이것을 짐작할 수 있겠다(11쪽). 책읽기가 자기를 채워 남을 지배하고 세상에 군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저자는 강력 반대한다. 그의 책읽기는 문·사·철(文·史·哲)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세계로의 입문을 뜻한다. 그 방법으로 1941년 로빈슨(Francis Robinson)이 대학생들의 학습 전략으로 개발한 SQ3R's를 원용하고 있으며, 이것을 저자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독서법에 적용하고 있다.

<명작 독서 명품 인생>의 총 면수는 351쪽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이 속에 책과 관련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도서가 등장한다. 이 책들은 역사에 쉼 없이 기여한 것들이고, 저자들은 인류 역사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다. 그가 인용한 책과 저자들과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예상한 것 이상의 유익을 얻게 된다. 이 책은 모두 합해 6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을 소개하면, 1부 세상 읽기:세상을 읽어라. 2부 개관하기(Survey):명작 세계를 보라. 3부 질문하기(Question):명작적 질문을 하라. 4부 보물찾기(Reading):보물을 찾아라. 5부 내면화하기(Recite):명작화하라. 6부 표현하기(Review):명작으로 표현하라. 여기에 더해 앞에 추천의 글과 여는 글이 있고, 뒤에 참고문헌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책 전체의 1/3이 넘는 면수를 할애해서 1부 세상읽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나만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세상과 동떨어진 독서는 오히려 성숙한 인간으로의 삶에 해가 된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독서의 목적이 물질문명의 팽배로 인하여 쇠퇴해가는 인간성 회복이 되어야 하고, 사회악으로부터 '나'를 구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사회에 대한 최선의 방안이 되어야 한다(30쪽)고 말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고민한 현대 문명이 가지고 있는 7대 사회악에 암시 받아 지금 우리 인류 앞에 놓여 있는 난제를 여섯 가지고 정리하고 있다.

그것은 ▲ 환경문제-모두의 것으로 살기 ▲ 전쟁문제-약자와 함께 살기 ▲ 빈곤의 문제-가난한 자와 함께 살기 ▲ 교육문제-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함께 살기 ▲ 질병의 문제-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 종교문제-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등이다. 이것을 하나의 어절로 요약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이를 위해서 명작 독서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자본주의가 장점이 많은 경제 체제지만 그 폐해도 만만치 않다. 무한 경쟁에서 오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승자 독식주의 또 극도의 이기주의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한지 오래이고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돈의 노예로 추락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저자는 해결 대안으로 문·사·철(文·史·哲) 중심의 인문학 독서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저자는 동서양의 수많은 예들을 들이대고 있다. 자신을 내려놓고 약자들을 위해 큰 사랑을 베푼 사람들이 바로 인문학 독서로 깨달음을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아프리카 오지로 들어가 흑인들을 위해 인술을 베푼 알버트 슈바이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한 유대인을 대신하여 죽은 막시밀리안 신부, 태평양의 나환자 섬에 들어가 헌신하다가 죽은 다미앵 신부, 아들을 죽인 공산주의자 청년을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인문학 독서로 깨달음을 얻어 이런 결단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 그의 주장을 보완하기 이해 소개한 책과 사람들은 남녀노소, 계급과 계층 그리고 종교를 따지지 않는 것에서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또 소크라테스의 책에서부터 최근에 출판된 도서까지 독서에 관계 되는 것은 놓치지 않고 인용하고 있다. 목회자인 저자가 가톨릭 신부, 유교의 성리학자 심지어 불교의 스님까지 끌고 와서 논지를 보충하고 있는 데서 그의 열린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의 논지는 많은 곳에서 성경으로 귀결시키고 있음을 본다. 성경을 철학과 함께 인류의 정신 유산인 다양한 고전들에서 길어 올린 샘물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63쪽). 인류가 물려준 유산 중 성경만큼 귀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상욱은 이 책에서 통섭형 인간형을 강조하고 있다. 통섭(統攝)은 지식의 대통합, 즉 인문학과 자연 과학의 통합을 의미하는데(81쪽), 중세의 사람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박물학자들을 들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실학의 완성자라고 일컫는 다산 정약용을 통섭의 사람으로 꼽고 있다. 사회가 전문화 다양화되고 있는 때에 어울리지 않는 주장 같기도 하지만, 저자는 한 가지에 정통하면서 다른 것에는 무지한 반신불수의 인간형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두루 꿰뚫는 전인적 교양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산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을 쓴 문과적 인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강의 배다리(舟橋), 수원 화성 설계, 기중기 발명, 의학서(麻科會通) 저술 등의 업적을 남긴 위대한 과학자였다. 그는 오늘날로 말하면 통섭형 지성인이었다(78쪽).

나는 솔직히 책 읽기에 대한 테크닉은 무시하는 편이다.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책은 정독이든 속독으로든 나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은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욱의 <명작 독서 명품 인생>은 좀 다르게 소화해야만 했다. 이 책의 2부에서 6부까지는 상술했듯이 SQ3R's 독서법을 저자 나름으로 재해석해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문사철을 독파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았다. 그가 제시하는 독서법에 따라 책을 읽어간다면 통섭의 지성인, 실천이 따르는 지성인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청소년 독서 지도로 오랜 시간을 헌신해 왔다. 그는 인문학 독서로 학생들이 변하고 그 부모가 변하고 가정이 변하는 많은 예를 직접 보아온 산증인이다. 이 책도 그것의 결과물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명작 독서 명품 인생>은 더욱 돋보인다. 이웃 집 사람이 슬픔을 당해도 그냥 지나치고, 심지어 죽어도 별 관심이 없는 세태에서 이 책은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명품 인생을 살기 위한 지침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에게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것은 두 번 이상 정독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쉬운 언어로 가볍게 쓴 책이지만, 한편 미주(尾註)와 참고 문헌을 수록할 정도로 학술 서적의 체계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처음 읽어서 많은 양을 수용해 내기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두 번 읽으면 또 다른 가르침이 독자의 머리와 마음에 담길 것이다.

좋은 책은 저자의 주장에 기분 좋게 설득당할 수 있는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이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읽고 기분 좋기는 오래만의 일이다. 사족(蛇足)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가끔 오탈자가 보인다는 것과, 많은 배려를 했지만 미주 등 꼭 한자(漢字)가 필요한 곳에는 한글과 병기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다. 또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다른 곳에는 <로마제국 흥망사>로 표기하기도 했던데 고유명사는 통일시켜 주는 것이 좋다. 이 책이 에세이가 아닌 이상 '여는 글'이 있으면 '닫는 글'도 있는 게 원칙이다. 저자를 위해서도 그렇고 특별히 독자를 위해서 '기(起)-서(抒)-결(結)'의 3단 구성은 지켜주었으면 좋아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이 책이 판을 거듭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란다. 명작 독서가 우리의 장래를 위해서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 그래서 약삭빠른 사람이 행세하는 사회가 아니라 인문적 소양을 갖춘 통섭의 사람이 사회적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듯이 고전을 읽고 교양을 쌓은 인문적 사람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심지어는 연예계에까지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 독서에서 얻는 깨달음은 그 가치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의 바람에 톡톡이 값하고도 남는다. 저자 이상욱이 인문학 독서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니 희망을 갖게 된다. 저자의 건필을 바라며 독자 제현들에게 <명작 독서 명품 인생>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하고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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