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케에르케고르는 그의 책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을 죽음의 제일 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어디 절망뿐이랴.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오늘 죽음의 소인(素因)은 우리 주위에 지천으로 늘려 있다. 특히 자연 재해나 전쟁과 같이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인명 피해와 지금 리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 상황이 그 좋은 예이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느낌들도 다기다양(多岐多樣)하다.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죽음이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싶은 죽음도 있다. <그 청년 바보 의사>의 저자 안수현은 바로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정(情)과 사랑이 넘치는 형제로, 따스한 손길로 인술을 펼친 의사로, 무엇보다도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안수현은 그래서 의로운 사람, 참 의사로 불려진다.

 

2006년 1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사병들과 함께 훈련에 참여했다가 유행성출혈열(일명 쯔쯔가무시)로 목숨을 잃었다. 선후배 동료 의사들의 눈물겨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수현은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아직 할 일이 많은 젊은이를,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사람들을 남겨 두고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너무 진실한 사람이어서 이 땅에서보다 하늘나라에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일찍 데려가신 것이라고 위안들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인(知人)들의 슬픔은 가시게 할 수 없었다.

 

안수현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특히 예술적 감성이 번득였던 그의 삶은, 그가 남긴 글을 통해서 그리고 그가 사랑한 음악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난다. 참 의사로서 사랑 넘친 그의 진료도 이런 감성에 기초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주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아가페 사랑을 베풀며, 주님의 향기를 선물하는 참 그리스도인이었다.

 

나는 그의 죽음을 그가 이 세상을 뜬 지 6개월 뒤에 들었다. 아까운 청년 의사 한 사람이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천국에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얼마 전, 그의 책 <그 청년 바보 의사>를 통해서였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물질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여기에 멀리 있지 않다. 하나님을 믿어도 제 몫부터 챙기는 영악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바보처럼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에 사랑을 베푼 삶을 안수현은 살았다. 책 제목에 ‘바보’가 들어간 것은 이런 사정에 연유하는 것 같다.

 

청년 의사 안수현은 환자를 대할 때 여느 의사와는 달랐다. 하나님의 진한 사랑으로 환자를 대했다. 실의에 빠져 있는 환자들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하고, 돈이 없는 딱한 환자들을 위해서 병원비를 대신 내 주며, 병원에서 인연을 맺은 환자는 퇴원 후까지 사랑으로 돌봐주는 의사였다. 그래서 그를 참 의사라고 부른 것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움켜잡으려고, 또 움킨 것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하지만 손을 펴지 않고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았으면서도 안수현이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것은 따스한 손을 펴고 그가 가진 것을 내어 주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베풀며 사는 삶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참 의사 안수현을 소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책 <그 청년 바보 의사> 일독을 권한다. 그는 청년 ‘바보 의사’를 ‘참 의사’와 등치시키는 일을 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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