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민족 - 사회와사상 10
송건호 / 지식산업사 / 1986년 5월
평점 :
품절


몇 권의 책을 준비해서 이번 추석에 고향길에 올랐다. 추석 연휴 동안 독서삼매에 빠지고 싶어서이다. 얼마 전 지은이가 직접 보내준 <분단 조국과 함께 태어나>(이 윤 지음)도 연휴 기간 볼 책들에 당연히 포함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분이다. 신문에 쓴 서로의 글들을 통해 알게 된 사이이다.

내가 받는 책 선물에는 하나의 의무가 수반된다. 책을 정독하는 것이다. 뒤에 선물한 사람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 그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이다. 지은이가 직접 보내온 책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책을 통해 한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윤 선생은 옥천 출신으로 평교사 35년의 생활을 마감하면서 기념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교사인 것이 부끄럽다”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부끄러움 투성이의 우리 교육계이지만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일관해온 그의 발자취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한 사람이 평생 지조를 바꾸지 않고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이데올로기의 편향과 진리의 전도 현상이 극심했던 나라에서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자유와 진리와 양심 수호라는 초지를 교단에서 끝까지 지켜온 그의 노력이 이 책에 오롯이 녹아 있어 감동을 준다.

내 주위에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후배들이 많이 있다.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 정권 하의 노동 현장에서,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는 통일의 장벽에서, 그리고 빈민운동과 농촌운동, 학생운동의 소용돌이 현장에서 몸 던져 헌신한 지기들이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지금도 개인의 출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며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반대쪽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마치 사회운동을 했던 경험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징검다리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들, 이념의 양극단을 들락날락하며 각 영역에서 홍위병 역할을 하는 사람들, 진보적 학자인 척하다가 아무 변증도 없이 골보수의 붓대를 휘둘러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의식과 인생관의 변화에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따르기 마련이다. 진보적인 사람이 보수화될 수 있고, 보수적 시각으로 살아온 사람이 나이 들어 진보적 삶의 철학을 가질 수도 있다. 또 환경의 변화가 그렇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의식의 최전선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던 사람들의 의식 전화에는 함께 했던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런 자기 점검과 주위의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 때 진보운동에 종사한 것을 큰 무기로 삼아 어느 날 갑자기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자 하는 보수우익집단의 대변자연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사람들이 날뛰고 있는 가치 혼돈의 시대에 <분단 조국과 함께 태어나>의 저자 이 윤 선생의 삶이 그래서 우리에게 소중하게 다가온다. 분단 조국과 함께 태어나(2부)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하며(3부) 토로한 그의 고백(1부)에서 숨기지 않고 진실을 좇은 삶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격변하는 역사의 현장들에서 올곧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알량한 진보운동 경험을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헌신짝처럼 벗어 던져버리는 인사들에게 그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민주화가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OECD 가입국으로서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토는 분단되어 있고, 빈부 격차는 더욱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 한·미 FTA의 불평등 협정의 추진과 북핵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역학관계가 한 치 앞 국가장래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든다. 거기에다 일제잔재 청산이라는 과거사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 이념의 양 극단을 활보하며 이름을 덧칠해 대는 인사들의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행동이 흔히 말하는 이상에서 현실로의 전화가 아닌 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행위가 아닌 개인의 이름만 추악하게 드러내는 경거망동의 훼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윤 선생은 그의 책에서 이 점을 시원하게 지적해주고 있다. 뜻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명재 2007-07-1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윤 선생이 지은 <분단 조국과 함께 태어나>(교육문화공간 향 출판)는 알라딘 서점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지 못해, 나의 서재에 마이리뷰로 글을 올리기 위해 민족과 분단을 입력하니 송건호 선생의 <민족과 분단>이란 책이 떴습니다. 이 제목으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