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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지다 -상
시드니 셀던 지음, 신현철 옮김 / 북앳북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하늘이 무너지다' 책 제목이 엄청 거창했다. 시드니 셀던의 열혈 팬인 내가 출간됐음을 알았을 때부터 '읽어야지'하고 점 찍어두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읽었다. 그러나 실망했다. 제목의 거창함, 책 광고 카피에서 떠들었던 최고의 찬사 등이 오히려 실망감을 더했다. 나이탓인지, 아니면 그 나이에도 시나리오 몇 편, 책 몇 권을 한꺼번에 집필하느라 아무래도 치밀함이 떨어져서인지, 책의 문제성, 흥미성은 상당한 것인데 표현-저술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

총탄과 포탄이 날아다니고 포연이 자욱한 사라예보 전쟁터에서 돌아온 주인공 다나 에반스는 미인에다가 몸매 쫘악~인 TV 앵커. 우연히 윈스롭家-마치 케네디가 같은 명문가-의 비극을 알게 되고 의혹을 느끼게 된다. 1년 사이에 윈스롭가 사람들이 '몰살'되어 대가 끊긴 것.

'치킨 리틀(재앙이 임박했다고 끊임없이 경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은 이 책의 키워드이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다나 에반스는 스스로 치킨 리틀이 된 것이다. 사장을 비롯한 주위의 따가운 눈총, 생명에의 위협 등을 무릅쓰고 다나가 밝혀낸 진실은 정말이지 '하늘'처럼 거대한 것이었다. 미국인들의 상류층의 도덕성을 대표하던 명문가 윈스롭가의 위선. 몰락한 러시아의 부패상, 그리고 지구의 위험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유지할 수 없는 핵폭탄을 비밀조직을 통해 각국에 팔고 있었는데 윈스롭가가 거기에 연류됐었던 것이다. 이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작가 후기에 씌여져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오싹하지 않은가. 핵폭탄이 돈만 내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의 상품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별로 오싹하지도 않았음은 물론, '좋은 책이었어'하는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지 못했다. 소설로서의 긴박감이 떨어져서였다. 시드니의 화려한 말재주와 번쩍이는 전광석화와 같은 장면전환과 격류가 흐르는 듯한 변화무쌍한 전개 솜씨가 발휘되지 못해서였다.

그리고 1년 사이에 5명(?)씩이나 되는 일가 사람들이 전멸한 사건을 다른 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유독 다나만이 '이상해'하고 생각하도록 설정한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집안 사람-보디 가드들이 몇 개 중대 병력은 될 터-들이 귀신도 모르게 감쪽 같이 죽어간 마당에 다나만이 천하무적처럼 죽음을 피해가며 비밀을 파헤친다는 점이 현실성이 떨어졌다. 원더우먼은 보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까 재미가 덜했다. ^^

그러나 시드니 셀던 팬은 일독을 하시라. 빠른 전개, 엄청난 스케일, 미국의 사회상(일부지만)을 엿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드니 셀던이여, 당신의 남은 시간에, 글을 아끼고 당신의 명작 중 하나로 올릴 수 있는 작품을 쓰시길. 다작의 작가이기보다 명작의 작가가 되시고 싶으시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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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세트 - 전5권
막스 갈로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나폴레옹 전기를 여러 종류 읽은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가 무엇을 했으며, 어떤 과정을 살다가 끝맺음을 했는가'하는 식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막스 갈로가 쓴 이 책은 다르다. 나폴레옹이 직접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 그의 생각과 사상과 행동을 꿈틀거리는 언어로 씌여져 있기 때문이다.

막스 갈로가 프랑스인이라서 그런지, 나폴레옹은 전쟁을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나타낸 부분이 많다. 그 모든 순간순간은 한 인간, 식민지 코르시카의 몰락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힘 없는 사내,에게는 모두가 목숨을 걸고 '돌파'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들이었다. 그것을 나폴레옹은 죽음을 무릅쓰고 헤쳐나간다. 모든 순간순간에 목숨을 거는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기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에 나폴레옹의 연전 연승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받아들되,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을 잊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목숨을 다해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인간. 그를 만나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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