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 브라스 -상
로버트 러들럼 / 빛샘(Vitsaem) / 1993년 7월
평점 :
품절


좋지 않은 생각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미국 FBI의 전설적 인물인 존 에드거 후버 국장은 수천 명에 달하는 미국의 주요 인물들의 모든 것을 조사한 파일을 손아귀에 쥐고 미국을 좌지 우지하려는 '좋지 않은 생각'을 했다. FBI라는 거대 조직을 이용해서 수집한 개인 정보를 '내 말을 안 들으면 당신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하는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 것이다. 그러한 좋지 않은 생각 때문에 후버 본인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처받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욕심은 죄값을 치루는 법.

세상 만사는 악의 뜻대로 될 리가 없다. 후버가 겉으로는 심장마비라는 '합법적인' 사인으로 살해되고 파일의 일부가 도난당한다. 미국은 물론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 잠재력을 가진 가공할 '폭탄'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미국의 안전을 위하여 결성된 비밀조직인 인버 브라스는 도난당한 파일을 찾기 위해서 주인공인 소설가에게 후버가 살해됐다는 것과 관련 정보를 약간 흘림으로써 소설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동차 사고로 결혼을 하기로 했던 애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주인공은 본능적으로 사건에 빠져들면서 후버의 파일과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던 거대한 음모와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여타의 소설도 그렇지만, 사건의 개연성이 현실적이고 그 스케일(영향력)이 거대하고 치명적일 때, 책은 독자를 흡입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로버트 러들럼의 이 책도 그런 책이 아닐런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지만, '벌여 놓은 일'이 많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털' 경우에는 더 많은 먼지가 날 것이다. 게다가 조작되고 날조된 '먼지'까지 가세한다면 그 사람을 협박하고 매장시키는 일이야말로 손바닥 뒤집듯이 쉬운 일일 것이다. 여기서 '후버 파일'의 존재 가능성에 수긍하게 되고 그 해악에 전율하게 되는 점이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흥미로의 출입구이다.

두 번째는 멋지게 짜여진 트릭에 가까운 완벽한 플롯에 있다. 사건의 발달과 전개, 결말이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밸런스를 이루고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이 쓰게 되는 소설의 내용과 전개되는 현실의 사건들이라는 이중 플롯에 러들럼의 작가로서의 능력과 세심함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다만 옥에 티처럼 거슬렸던 것은 슈퍼맨 같은 주인공의 전지 전능한 능력과 불쑥불쑥 벌어지는 '우연'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미국 영화를 보고 있을 때 드는 불쾌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오랜만에 범죄 스릴러 다운 스릴러물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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