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2 - 난세는 영웅을 부른다
권오석 지음 / 우리터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 연의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조조를 간웅이라거나 대의에 역하는 간신, 개인적 야망으로 많은 사람의 희생을 강요한 사람쯤으로 알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러나, 역사란 권력을 쥔 자들의 이야기라고 누가 말했던가. 인간 조조를 비롯하여 역사가 이렇듯 왜곡될 수 있다니. 참으로 인간사의 허망함과 비정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아닌가 하여 씁쓸하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으면서도 내내 의문으로 가졌던 것이 있다. 천하에 간신이요 인물 됨됨이가 영웅호걸도 아닌 조조가 천자를 등에 업었다고는 하지만 일국의 총수로서 영웅호걸에다가 막강한 의형제를 거느린 유비와 대대로 귀족인 근거 있는 세력이었던 손권 등에 맞설 수 있었던가. 나관중의 책에는 뭔가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나관중은 유비가 세운 촉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조조는 원래 성이 하후씨로서 한족이 아니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족의 정통성을 세우려 하는 중국 내 다민족인 한족에 의해서 조조는 폄하되고 격하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좋다. 그건 그내들의 이야기니까. 그러나 이런 책(소설 조조)이 있음으로써 역사의 모순을 일깨울 수 있고 과거의 잘못된 평가에 묻혔던 인물을 새로이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새롭고, 반갑고, 좋은 것이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 지는 독자가 후세인이 평가할 일이니까.

조조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절대권력을 가졌으면서도 그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다. 허수아비 황제 대신에 최대 권력을 가지려는 야망도 품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신을 독살하려 했던 황제인 헌제를 그대로 놔둔다. 또한 조조는 문예에도 뛰어나서 여러 시(걸작이다 아니다 라는 점은 차치하고)를 남겼으며, 새로운 시풍을 개척했다. 중국의 역대 유명한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조식이 그의 아들이었다. 스스로 황제가 될 수 있었으면서 그렇게 하지 않았던 절제미를 가졌던 사람, 죽이고 죽는 난세 속에서 시 한수로 인간된 심정을 노래할 수 있었던 사람. 그것이 조조의 진면목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작가의 말도 있지만 너무도 사실 위주로 집필한 탓이었는지 지나치게 축약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료에 나와 있는 사건들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중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대부부인, 소설로서의 참신한 맛이 덜한 글이 돼버렸다. 소설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닌 이상한 글이라고나 할까.그런 면도 있지만 작가의 집필의도를 존중한다.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책으로서 한 인간의 면모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우리나라와 얽힌 역사적 관계를 밝히려 함에랴. 이야기책(소설)으로서의 흥미가 반감된들 어떻하겠는가. 이런 시도가 좀더 많았으면 싶다. 그런데 요즘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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