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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ㅣ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로버트 맥키 지음, 고영범.이승민 옮김 / 민음인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라? 내가 첫번째 서평자네? 어쩐 일이지? 이 좋은 책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은 것인가? 흠, 좋은 책을 권장하는 차원에서라도 서평을 자알 써야겠구먼. ^^;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랄까......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은 후 책장을 탁 접고 나면 가슴이 뿌듯해지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책에는 세 종류가 있다. 우선 첫번째는 읽고 난 후 여태껏 뭘 읽었는지 내용이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 심심풀이 땅콩 같은 그저 그런 책이 있고, 두 번째는 읽는 중간중간에도 쓰레기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혐오감과 남사스러움에 부들부들 떨지만 책값이 아까워 끝까지 읽다가 읽고 난 후에는 기어코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는 책이 있다. 세 번째는 책다운 책인데, 우선 읽는 중간에도 여러 사람 앞(나처럼 출퇴근길의 전철 안)에서 이 책을 펴고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옆에서 기웃거리는 사람에게 '함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며, 다 읽은 후에는 지적으로, 인격적으로 키가 한 뼘은 자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바로 요 책이 그런 책이다.
많이, 자주는 보지 못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터라서 '그럼 시나리오는 어떻게 쓰여진단 말인가' 하는 궁금증을 풀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고 보너스까지 주었으니, 영화(물론 책도 해당된다)를 옳게 보는 혜안을 얻은 듯한 기분이 그것이다. (이제 영화는 꼼짝 마라! 다)
대부분의 영화 팬들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쓰던지 그 방법적인 것을 궁금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와 감독을 비롯한 영화제작진들이 어떤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는가를 알고 본다는 것은 단지 눈앞에 전개되는 화면과 스토리를 쫓으며 수동적으로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지 않을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제외하고 이 하나만을 건진다고 해도 대단한 소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계속 볼 것이며, 책에 버금가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시나리오를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 것이지만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설명을 위해서 저자가 예로 든 많은 영화의 속뜻을 음미하다보면 파란 만장한 인생사를 압축한 '책 속의 책'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글쓰는 재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중심사상이 읽으면 읽을수록 절실히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울고 웃고 하는 이유가 화면의 현란함에 있지 않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의 절절함에 있듯이 말이다.
이 책은 쉽게 읽혀지지 않는 책이다. 아니, 쉽게 훌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훌륭한 이야기란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 즉 세계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런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작가의 외로운 임무이다' ''재능은 사실에 대한 지식과 아이디어들에 자극받아야 한다. 연구하라. 재능에 영양을 공급하라' '실제로 가장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영화적 경험은 사건에 대한 반응과 그를 통해 얻는 내적 통찰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에서 얻어진다' 등등 거의 매 쪽마다 저자의 확신에 찬 정언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머리가 저릿해지는 한 줄의 글 때문에 멈칫거리고, 밑줄을 긋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데는 여타의 책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그 공은 흐믓한 보람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항상 가까이에 두고 이 책의 원칙들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보고 또 봐야 겠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