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냥꾼 - 프로필링 기법을 이용한 행동분석의 차세대 수사기법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김영사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인 '마음의 사냥꾼'은 왠지 낭만시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그러나 책 내용도 그럴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억측이다. 책 내용은 너무도 끔찍하여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심장이 약한 분, 유아, 임산부는 절대 읽지 말 것. ^^

주 저자인 존 더글러스는 프로필링기법이라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창안해내고, '연쇄살인'이라는 범죄가 다른 범죄와는 다른 성격을 갖는 다는 것을 규정한 사람이다. 많은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축적함으로써 발생한 범죄의 유형을 규정하고 수사 범위, 수사 대상이 돼야 할 범인을 압축하여 범인을 검거한다는 프로필링기법은 합리적인 서구인들의 '경향'을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너무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매우 혐오스럽다. 이 책을 쓴 사람까지 그렇게 생각될 정도이다. 대체 얼마만큼 끔찍하길래 그러냐고? 그 예를 조금만 든다면,

영화 '양들의 침묵'에도 인용됐던, 저자가 '실화'라고 강조하는 사건의 범인은 여자들을 납치하여 지하실에 가두어놓고 성폭행을 하는 것은 물론 갖은 가혹행위를 하며 희생자들이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즐겼다. 희생자들의 인육을 먹고, 피로 목욕을 했으며 가죽을 벗겨 코트를 만들어 입었다. 또 다른 연쇄살인범은 여자의 몸에 칼집을 낸 다음 그 곳으로 성행위를 했다. 어떤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시체가 발굴되었는데 한쪽 귀에서 다른 귀까지 기다란 송곳이 꿰어져 있었다......

'욱!' 예를 몇 개 들지 않았지만 벌써 욕지기를 느끼는 분들이 있으리라. 그러나 책 내용은 더 리얼하고 충격적이다 (물론 저자는 세세히 묘사하지 않고 독자에 대해 '배려'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책의 중반부 정도까지 읽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대체 저자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끔찍한 일을 평생동안 해왔으며, 태연자약하게 이런 것을 다시 생각하며 정리해서 글로 쓸 수 있을까?' 하는.

그러나 저자는 너무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이었다. 그도 수없이 많이 전직을 고민했으며 자신의 일 때문에 이혼까지 하는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끔찍한 사건을 수사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더 비정상적이지 않을까?).

존 더글러스가 그 일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정년을 맞을 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소명의식 때문이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무고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희생당하는 것을 '내가 막아야 한다'고 하는 사명감말이다. 참혹하게 희생당한 시신을 보고 희생자가 죽어갈 때의 고통이 느껴져서 눈물을 흘리는 존 더글라스, 그러나 그 눈물은 범인을 반드시 잡아서 이 미친 짓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분노로 변하는 것이다.

연쇄살인범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들은 머리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십여 건이 넘는 범죄를 때와 장소, 대상, 당시의 상황 등을 한치의 오차없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그들에게 한 가지 결여된 것이 있는데, 그런 것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태연히 말한다는 것이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이처럼 이 책은 끔찍한 범죄의 소개뿐만이 아니라 범인의 심리적인 면까지 소개하고 있다. '범죄학'에 관심이 있거나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할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엽기적인 범죄'에 관심이 있어서 호기심이 끌린 것이라면 읽지 마시라. 절대로. 그건 좋지 않은 취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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