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 사이언스 클래식 23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 김동광 외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아를 의식할 줄 아는 유일한 인간이 이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계속하고 있는 질문,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은 인간에게 종교를 가져왔고 자연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불러왔다.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 과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 지적 읽을거리를 찾고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누군지 궁금한 철학도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 중 한 명인 칼 세이건은 아다시피 '코스모스'라는 책을 저술하여 우리에게 우주가 얼마나 신비로운 지 알려준 바 있는 너무도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의 조상 얘기를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하고 있다. 자신의 땀이 배인 연구 결과와 놀라운 상상력과 풍부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우리를 지적 세계로 인도했던 사람, 그런데 그도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이 자리(여기가 어딘데? ^^)를 빌어 그가 우리 곁을 떠났음을 애도한다.

이 책은 지구의 탄생 시기부터 시작해서 생명이 생겨난 유래, 그리고 다른 생명체와는 별다른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 내용이 실로 광범위하다 (책의 두터움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동물들의 생태학적 관점에서 이뤄진 많은 연구 사례를 통해 우리 인간의 특성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별다르지만 역시 같은 조상에서 나온 단지 '좀 더 발달한' 하나의 생명체임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적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효용뿐 아니라 지적 텍스트를 읽는 기쁨도 동시에 선사한다. 저자 자체가 뛰어난 문장가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훌륭한 정신활동의 결과를 담고 있는 예문들을 인용함으로써 많은 위인들을 이 책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을 다룬 교양서이지만 학교에서 교과서로 다루는 과학책처럼 딱딱하지 않다. 많은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지만 교과서처럼 단순 암기를 강요하는 듯한 요약식, 나열식이 아니다. 저자가 알리고 싶고, 독자가 알고 싶어 할 사항들에 대해서 대화식으로 독자의 이해를 촉구하며 친절히 설명한다 (이 점이 세이건의 뛰어난 점이 아닐까).

광대한 우주에서부터 생물의 분자단위까지 생각하고 연구했던 칼 세이건도 골수암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병'으로 죽었다. 그도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죽는다는 것은 존재가 영원히 끝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주의 일부가 되어 어디엔가는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명체가 나고 죽는다는 것은 단순한 물질의 형태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세이건은 자신의 독자의 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생명체의 시작과 끝이 궁금한 사람, 생명체의 연속성의 가운데 자신도 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시라. 책을 덮은 후에는 자신을, 생명체를, 우주를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