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베르 특유의 과학과 인간에 대한 안목과 이색적이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정보, 진행형의 빠른 전개 등이 녹아 있는 작품.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하는 근원적인 질문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의식의 확대'라는 요소를 그 '무엇'에 추가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잡지사 여기자인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기자였던 이지도르가 컴퓨터와 체스를 두어 승리함으로써 인간의 우수성을 입증했으나 그날 밤 복상사로 죽어버린 의사 사무엘 핀처 박사의 사인을 조사하면서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하는 질문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이 필요했을까?)

소설은 다소 황당한 면이 없지 않다. 뤼크레스가 바다에서 쫓기고 있을 때 갑자기 열기구를 타고온 이지도르 일행에게 구출된다든지, 그 열기구가 정신병자들이 던진 돌에 맞아 어처구니없게도 구멍이 난다든지 하는 극적 장면에서 오히려 만화 같은 진행으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읽는 사람의 김을 사정없이 빼는 대목도 있다.

베르베르의 출세작인 '개미'를 '쓰레기'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미가 TV를 보고 인간 세계를 이해하며 '감히' 인간을 교화시키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황당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그 황당함만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개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그것에 눈을 돌려보라. 거기에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이며, 돈을 주고 책을 산 가치와 여러 시간 그 책을 읽은 수고의 보람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에서도 만화영화 같은, 어린애들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요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어렵고 복잡한 과학에 얽힌 메시지를 TV드라마 같은 쉬운 방법으로 보다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쯤으로 이해했으면 싶다. 같은 대상을 놓고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은 황당함을 상쇄시킬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작가가 열거한 우리가 이끌려 행동하게 하는 그 '무엇'은 모두 13개이다. 그런데 그 열거한 항목들의 순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통, 두려움, 생존, 안락함 등(다 쓰면 책 읽는 재미가 덜 하므로 생략)의 원초적이고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들에서 '의식의 확대'라는 지적 성숙과 만족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가 우리-인간이 행동하는 즉,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뇌'라는 책제목을 보고 이 책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이끌렸다. 혹시나 뇌에 관한 최신의 정보가 있을까-저자는 전직 과학부 기자였으므로. 뇌에 대한 어떤 새로운 개념, 이론 등이 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측면에서는 쉴~망했다. 뇌의 부분적 명칭, 부위별 기능 등 이미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린 지식이었기 때문.

그러나 책을 읽고 얻은 소득도 많았다. 가장 큰 소득은 우선 '나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를 대할 때 '이 사람은 무엇에 이끌려 행동할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진정 가치있는 것에 이끌려 행동할 때 가치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상대방이 이끌려 행동할 만한 것을 상대에게 제시할 수 있을 때 원만한 대인관계, 나아가 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닐까?

한마디로 서평을 마무리한다면. 책의 진행은 엄청 돈을 쏟아붓는 화려한 헐리우드 식이 아닌 프랑식의 아기자기한 모험 액션 스타일, 책의 내용과 주제는 철학적. 한마디 덧붙인다면, 글이 '~한다' 등의 진행형, 현재형 일색으로 번역되어 있던데(개미에서도 그랬다), 프랑스어로 된 원문을 제대로 옮긴 것인지.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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