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1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6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창조적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되지 않은 사건, 인물들이 조합된 소설은 얼마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망감을 안기는가. 소위 말하는 순수소설인가 대중소설인가도 헷갈리는 책. 손안에 쏙 들어갈 만한 독침 발사장치를 이용해서 사람을 살상했던 것은 과거 러시아 첩보원들이 사용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실. 그리고 또 글 읽는 사람의 시선을 잡을 만한 것은... (두리번두리번) 없다!

부자집 외아들로 태어나는 행운을 잡긴 했는데 애꾸눈인 망나니. 오입질 좋아하는 애비, 영화배우였던 화려한 과거 속에서 사는 애미 사이에서 그런 애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리 없다. 그래서 연쇄살인을 일으키는 괴물이 된다. 전생에 붙잡혀 사형당하는 것 등은 미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독일 뿐 환상적이지 못하다. 이 괴물이 주인공 같긴 한데 별로 활약이 없다. 도식적인 배경, 어디서 한 번쯤은 본 듯한 등장인물, 소설의 재료와 요리방법이 구태의연하다고나 할까?

많은 주인공 같은 '비중 있는 사람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처음엔 교사(난 첨에 이 사람이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리고 심리학자, 철가방 박경서 등등 그러나 그 사람들은 결론도 없이 사라진다. 심리학자와 철가방들은 왜 나와서 그리도 많은 지면을 잡아먹었는지 미스테리다.

심리학자가 10여 명이 죽은 후에야 그 사람들을 죽인 독소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도 그렇고... 괴물이 어렸을 때 무예를 익힌 청소년에게 한 방에 간다는 것도 어쩐지 맥 빠진다(사건의 해결이 형사나 경찰이 아니다. 역시 우리나라 경찰력은 뒤떨어진다 ^^). 천불상의 마지막을 불상이 아닌 ㅇㅇ으로 채우는 것도 그렇다(사실을 밝히면 책 읽을 분들이 김빠지므로 생략). 그것은 완전히 윤두수(? 이름을 잊었다) 개인의 의지가 아었던가. 결코 괴물의 이모의 청탁이 없었다. 확실하다. 이모가 천불상에 깃들어 있는 사연을 알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끝부분엔 기어코 실소를 터뜨렸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이름 꽤나 알려진 중견작가가 TV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데, 자신은 태작을 가장 염려한다고 했다. 게으름이 얼룩진 작품을 쓰는 것을 저어한 말일 게다.
그러나 '괴물'이 이외수씨의 태작이란 것은 아니다. 그가 얼마나 이 작품에 공을 들였는가 하는 증거는 곳곳에 차고도 넘친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무수히 빛을 발하고 있는 매끄럽고 기지에 찬 비유와 댓구의 글들은 독자의 눈을 사정없이 붙잡는다. 단지 스릴러물로서는 곳곳에 헛점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공포물, 괴기물, 범죄 스릴러물 등을 읽어야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선택하지는 말란 뜻이다(난 지금 이 책을 홍보하고 있는 광고물을 '까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픽션이다. 허구라는 뜻이다. 그러나 리얼리티가 결여된 허구는 첫마디에 듣는 사람이 '구라'임을 눈치채버린다. 더는 거짓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다소의 긴장감과 참신함이 더해졌더라면 좋았다'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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