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어제 이대목동종합병원에 다녀왔다. 내일모레면 50살이 될 큰누나가 암이라고 한다. 여자들에게 많이 걸리는 종류인데, 암인 것은 확실하고 다른 곳으로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한다. 그래, 사노라면 주위 사람들이 병으로, 사고로 한두 명씩 죽어가고 나의 형제들도, 나도 이제 암에 걸릴 나이가 된 것이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이다.

구본형씨가 쓴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는 읽은 지가 오래 된 책이다. 그러나 다시 책을 꺼내 읽었다. 왠지 눈물이 흐른다. 그땐 이 책이 머리로 읽혔는데, 오늘은 가슴으로 읽히는 까닭일 것이다.

이 책이 눈물을 자아내는 슬픈 책은 결코 아니다. 마음을 열고,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대로 생각을 맡기고 읽다보면 자신의 지나온 시간이 후회스럽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우러나게 하는 (좋은, 썩 잘 씌여진)책이다. 그렇다 이 책은 마음을 열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몇 개월 전만해도 나는 몰랐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를 가기 위해 어느 거리에 있는 것, 그리고 그 거리를 걷는 것 역시 내 삶의 어떤 풍경이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함으로 절정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지만 지도를 펴놓고 계획을 잡는 것, 그리고 기차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가 거기서 배낭을 메고 걷는 것 역시 여행의 진미다.'

'감사하라. 이 세상에 있음에 대해. 오늘 세상을 등져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늘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특별한 날임을 또한 생각하라.'

이 구절들에 밑줄이 쳐져 있다. 처음 읽을 때 친 것인가 보다. 왠지 좋았었나 보다. 지금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며 난 울었다. 주책없이...

누님은 힘들게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그만하면 '안정'을 꿈꿀 수도 있을 때가 되었을 텐데 사는 모습이 언제나 아둥바둥거렸다. 애들도 피아노, 첼로 등을 배우라며 몰아붙였고 학원을 세네 군데씩 보냈다. 시댁 식구들과 비교가 돼서 그랬을까? 병실에 누워 있는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살아온 나날이 만족스러울까? 아쉬움은 없을까?

우리는 가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왜 사는 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최소한 그런 물음들을 스스로에게 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러나 역시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행동 지침을 내리는 것은 자신일 수밖에 없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심사숙고하지 않은 사람은 행동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운 책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뜻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것만도,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한 처세술만도 말하고 있지 않다. 두 가지가 뒤섞여 약간 어중간한 느낌도 준다. 그러나 읽어보라. 꼭 마음을 열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은 별것 아닐지 모른다. 단지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는 것이다. 뭔가가 있을 줄 알고 내일을 기다렸는데 오늘처럼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을 눈부시게 맞이하고 끝낸다는 것이 인생을 그렇게 산다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닐까.

'다음' '내일'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지금'이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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