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때까지 내가 읽은 책이라면 손에 꼽을 정도로.. 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초등학교때 글짓기를 하면 꼭 상을 받을 정도로 상장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이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상장은 몇개 안되고 고등학교때 글짓기로 받은 상장은 겨우 하나이다. 상장의 개수만으로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만큼 어릴때보다 독서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학교입시에 찌들리고 시간이 있어도 책보다는 인터넷을 하면서 소모하기 일쑤였다. 어렸을 때는 그만큼 생각도 많이 하고 상상력도 풍부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내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 나무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등학교 1학년때 일이다. 읽고싶은 책제목을 써서 내라는 말에 한참 고민을 하다가 옆짝이 쓴걸 잠깐 봤는데. 이 작가의 이름이 있는것이다.(책읽기를 정말 좋아했던 친구였다.물론 글쓰는 솜씨도 아주 훌륭했고 생각도 깊은 아이였다.) 난 순간, 베르나르베르베르? 뭐야. 사람이름이 뭐야이게-_-하면서 친구에게 약간 우스운 이 작가의 이름을 물었다가 아주 망신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ㅋㅋ)
아..부끄럽지만 이 작가의 책을 직접 사서 읽게 된 것도 이 책이 처음인 것이다. '책은 도서관에서나 빌려 읽는 것이고 차라리 그 돈으로 영화나 음악씨디를 사는게 낫지'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외국어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보았는데 아무 망설임없이 집어 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작가길래?' 하며 찬찬히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장을 넘기고 있었다. 불어를 전혀 모르니 한국어판을 읽을 수 밖에는 없지만, 그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력에 난 깊이 감탄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상쯤이야 누구나 다 하는거지.'라 할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헛,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야기 하나하나의 기발한 생각은 물론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법하지만, 그걸 어떻게 짜임새있게, 현실감있게 꾸며나가는가 하는것은 이 작가의 천재적인 글솜씨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에는 웃으며 넘긴 이야기도 있었고, 정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고민하며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다. 투명인간은 생각해봤지만 투명피부라니.. 시간여행, 집안의 도구들이 말을 한다면(나 역시 기계이고..)인간을 애완동물로 기르는 방법을 소개한 우주인(?)의 이야기. 쥐를 신으로 모시게 되버린 알수 없는 어떤곳의 인간세계..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들게 하는 상상력의 세계였다.
이제서야 이 책의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만화영화를 보며 실제인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가볍지만 어린 시절 상상력을 찾아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