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되기는 쉽다. 그러나 아버지답기는 어려운 일이다.
서양 사람이 한 말 가운데 '한 사람의 인생 가운데에서 무엇보다도·가장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은 아버지가 되는 일이다' 라고 한 대목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되는 일이 남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혈통이니 종족 따위를 따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존재는 거의 신화적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얼마나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아버지는 많지만 진정으로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어렵다. (…)
아버지의 참 의미는 가정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버지라는 호칭도 그가 꾸리는 가정 안에서 권위를 지닌다 그 존재도 역시 가정 안에서 결정된다. 가정 밖에서는 아버지가 별다른 뜻을 지니지 못한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가정 안에서 최대한 존중받는다. 가정에서 자기 역할에 등한하다면, 그것은 스스로 가장 존엄한 자기 존재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된다.
권영민의 <작은 기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