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리듬에 맞춰 정열적인 춤을 추는 라틴댄스와, 정적인 느낌의 휠체어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말끔히 깨는 멋진 공연을 어제 보았다. 28일 이천 샘표공장 내 샘표스페이스에서 개막한 전시의 축하공연차 전시장을 찾은 김용우, 김지영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올 3월 열린 제2회 홍콩 아시아 휠체어댄스스포츠 경기대회 라틴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휠체어 라틴댄스팀의 대표 주자다.

알록달록한 타일이 인상적인 샘표스페이스 전시실. 어둠 속에서 미끄러지듯 등장한 두 사람.

휠체어 라틴댄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팀을 이뤄 공연을 한다. 라틴댄스의 한 종목인 룸바를 추는 두 사람. 맞잡은 손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듯하다.

긴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김용우 씨는 스물일곱 살 때 캐나다 여행 중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한다. 지체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실의에 빠져있던 중 접한 휠체어 댄스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두 사람 중 어느 하나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춤의 리듬은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이들의 몸짓은 지극히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정열적으로 다음 동작, 그 다음 동작으로 이어진다.


손짓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

김용우 씨의 휠체어에 완전히 몸을 맡긴 김지영 씨. 균형을 잡기 위해 얼굴이 붉게 상기된 김용우 씨의 모습이 인상깊다. 휠체어 바퀴를 굳게 잡은 저 손은, 세상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그의 굳센 의지인지도 모른다.

김용우 씨는 손끝이 저렇게 충혈될 정도로, 온몸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강렬한 인상을 지닌 김용우 씨의 얼굴에선 당당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꿈을 찾은 사람이라면, 응당 그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비록 화려한 무대장치도, 번쩍이는 조명도 없는 소박한 공연이었지만, 그 속에는 절망의 끝에서 발견한 소중한 꿈이 있었다. 누군들 좌절 없고, 고통 없는 삶이 있으랴마는, 멀쩡히 두 발로 걸어다니던 사람에게 갑작스레 닥친 장애란, 죽음보다 더 큰 절망이었을 것이다. 감히 내가 그 고통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 가슴 먹먹해지는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의 싹을 오늘 공연에서 본다.

다른 무대에서도 그들의 정열적인 무대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우연한 기회에 접한 이들의 감동적인 공연을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