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
김남준 지음 / 두란노 / 1995년 6월
평점 :
품절


 

전도사로서 가끔 성인예배의 설교자로서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는 한다. 그 말씀이 끝난 후에 내려와 나가시는 성도님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문밖에 서게 될 때, 항상 동일한 유혹을 받는다. 오늘 나의 설교에 대한 성도의 반응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성도들 중에 말씀에 은혜 받았다고 하며 손을 꼭 잡아주시고 가시는 분들이 있을 때에는 마음에 뿌듯함이 생겼고, 특별한 반응이 없을 때는 마음이 어려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의 설교에서 내용과 전하는 방법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없었는지, 잘한 설교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며 설교에 대한 채점을 매기기도 했다.


설교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고, 특히 강해설교의 당위성과 그 능력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내 안에 내가 접할 수 있었던 가장 설교를 잘하시는 몇 분의 설교를 연구하고 그분들의 설교의 깊이 가운데서 나의 설교의 방법들을 찾으려 한 적도 있다. 로이드 존스의 11권으로 된 ‘로마서 강해’를 읽으며 존 스토트의 글들을 읽으며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고 설교하는 것들의 중요함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도전을 받기도 했다. 교만하게도 나의 설교는 내 동기들보다 나았다고 자신하게 되었다.


더 많은 설교에 대한 방법을 읽히기 위해 손에 든 책이 이 ‘설교자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라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니었고, 하나님께서 내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설교자로서 설교를 준비하고 설교를 잘하기 전에 ‘진정한 설교자로서 인격과 신앙과 삶을 갖추고 있는냐 ?’라는 질문이었고 진정한 부흥의 역사가 쓰여지기 전 그 역사를 만들어낸 신앙적인 위인들의 삶과 영성이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교자의 변화는 설교의 변화를 보장하지만, 설교를 고쳐 보려는 노력은 설교자 자신의 변화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설교의 틀이나 내용을 다소 새 것으로 바꾸고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 자신이 변하는 것입니다. 변화된 설교자는 변화된 시각으로 성경을 보게 되고, 그렇게 변화된 시각으로 성경을 보게 될 때, 변화된 설교 내용이 나옵니다. 그 변화된 설교 내용이 변화된 설교자의 심령을 통하여 선포될 때, 변화된 설교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 (p18)


저자는 책을 통해서 계속해서 설교자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계속적으로 저자는 소리를 높이는데 설교자의 변화가 설교의 변화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특별하고 친밀하며 영광스러운 경험을 가진 구약과 신약의 선지자들을 차례로 예를 들면서 그들 안에 있었던 하나님과의 특별한 경험들을 보여준다. 설교자에 필요한 것이 근래에 강조되는 수사학적 논리와 정교한 석의의 방법들이 아닌 하나님과의 특별한 경험과 그분의 임재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발 강가에서 포로들의 무리 가운데 앉아서 하나님을 만난 에스겔의 분명한 소명의식과 하나님의 마음 앞에서 하나님으로 인해 하나님을 위해 ‘인기 없는 하나님의 멸망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마음과 추기경의 붉은 모자대신 자신의 순교의 필로 물든 모자를 쓰겠다고 말한 중세의 사역자인 사보나롤라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편에 선 대언자로서의 설교가의 모습이 어떠했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보이고 있다. 총 7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는 계속해서 설교자들이 나오고 있다.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났고, 그래서 그들의 삶과 생각과 영혼이 온전히 하나님을 향해 변화된 설교자들의 삶과 고백과 사역이 나오고 있다.


그 한 가지 한 가지 앞에서 책을 읽는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사실 앞에 서게 된다. 설교가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전하는 이 말씀 앞에 내가 먼저 수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말씀의 능력 앞에 내가 먼저 사로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말씀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가 내가 가지고 있는 어느 정도의 재능과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신적인 기원에 의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몇 년 전부터 한국교회의 설교의 변화에 대한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러한 설교의 변화가 곧 교회와 성도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의 온전한 선포가 진정한 부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다. 그러나 막상 설교자의 자리에 서서 설교하는 자가 되어 그 설교를 하게 되었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질문이 ‘능력’에 대한 것이었다. 나의 설교에 능력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설교보다 설교자가 먼저 되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한 채, 말씀으로 변화되지 않은 설교자에게서 선포되는 메시지가 하나님의 목소리가 될 수 없는 까닭이었다.


이 책은 설교의 방법론에 대해 쓰인 책이 아니다. 하지만 설교를 하기 위해서 강단에 서려는 사람들, 전임사역을 감당하려고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관한 책이다. 선지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려는 사람이 갖아야 할 마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읽는 가운데 숨이 막힐 것이다. 마음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그런다고 이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끝까지 부담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 가자. 그리고 진정으로 변화를 기대하자. 하나님의 손에 들린 마른나무 지팡이가 되자.


추가하는 말로 이 책은 몇 번에 걸친 강의의 내용을 책으로 편집하기 위해서 다시금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문체는 구어체이나 이 책의 주석과 각 장의 관주를 통해서 저작물로서 깊이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강해와 강의안을 그대로 편집한 책들이 갖는 책으로서의 논리적 부족과 깊이의 부족함에 대해 저자에 의해 주석과 관주를 통해서 그 깊이를 보완해 책으로서 가치가 더 높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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