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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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야기하는 책이 있다.


'재능의 불시착'?! 어떤 재능이길래 제대로 착륙하지 못하고 불시착 해버린 걸까?! 

'재능'이라고 이름 붙일만하다면 분명 남들보다는 다른 어떤 무엇이 있었을텐데...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지구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 안 맞아요."라고 책표지 앞부분에 적힌 한 문장은 '내 생각도 그래.' 하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게 만들었다.


마침 출판사에서 가제본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서평단 신청에 응모하였다. 운 좋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식 출판되기 전에 8개의 이야기 중에 첫 번째 이야기인 '막내가 사라졌다'를 받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좀 특이한 퇴사 절차를 밟는 어느 회사의 막내 사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는 내내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혹시 나도 지난 번에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에서 막내 사원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혹시라도 내가 회사 외의 업무나 다른 일을 부탁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회사 구성원이 모두 특별하다고 생각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아침 막내 사원은 출근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퇴사의사를 밝힌다. 그것도 문자로.


이별 통보나 안 좋은 통보가 문자나 메일, 글씨로 접하면 기분부터 나쁘지 않던가~! 

연락을 받는 쪽이 괜시리 무언가 더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 연락은 퇴사한다는 어떤 이유도 적혀져 있지 않다. 그리고 본인 대신 대리인이 가서 일처리를 한다는 말이 전부다. 이유도 모르는데 대리인이 온다고???


이때부터 모든 사원은 막내 사원에게 자신들이 막내 사원에게 한 행동들을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혹시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아, 그때 그렇게 행동했는데 그게 법적인 문제가 되는 걸까? 소송을 걸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업무 외의 일을 상사가 부탁하거나 친근감의 표시로 행해지는 언행들은 참 애매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회사 동료, 선후배 사이라도 어느 새 마치 우리가 한 가족이나 된 것 마냥, 무슨 동아리 모임이라도 된 것 마냥.

그리고 그 관계가 마치 영원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일의 경계와 서로의 언행은 점점 더 모호해져 버리고 만다. 


다들 대리인이 오기 전까지 전전긍긍하며 걱정하고 있을 때 옆 부서 과장이 툭 던지는 한 마디를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상기해야 할 것이다.

"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다들 걱정한 것과는 달리 막내 사원의 퇴사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퇴사처리는 원만히 진행되고 코팅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짧은 소설은 끝이 난다.


퇴사대행 서비스를 하는 대리인이 한 마디 한다.

"뭔가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퇴사는 대단한 각서를 쓰고 허락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적법한 시간과 절차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면 성립되는 겁니다." 라고...


입사는 허락을 해주는 것이지만 퇴사는 나의 자유의사인 것이다. 전전긍긍하며 겁낼 필요 없다. 막내 사원이 퇴사를 해도 중요 임원이 퇴사를 한다해도 회사는 지구가 굴러가듯이 아주 잘 굴러가게 되어 있다. 나의 경험상 그랬다.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까울만큼 회사는 너무도 잘 굴러갔다.


퇴사를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입사한 회사인데....내가 지금 퇴사하면...인수인계는...이런 거 고민할 시간에 사직서 코팅해두고(상사가 찢어버리지 못하게)  과감히 뛰쳐나오기 바란다.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회사에는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당신의 재능은 다른 곳에 잘 착륙시키면 되니까.

그곳에 잠시 불시착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rhkorea_books  #박소연 #재능의불시착 #막내가사라졌다

#가제본서평단 #직장인 #책스타그램 









내일까지 두려움에 떨 사람들이 많아 보이네요. 그러게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 P20

뭔가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퇴사는 대단한 각서를 쓰고 허락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적법한 시간과 절차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면 성립되는 겁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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