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꿈에 미쳐라 - 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까지, 토종 한국인 재키의 꿈을 향한 지독한 도전
명재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독자들은 이제 이런 비슷한 책만 보아도 짐작한다. 

아하, 공부 잘한다는 얘기?

자화자찬이거나 혹은 자기만족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기만의 성공 방정식을 아무에게나 강요하려 하는 일반화의 오류라거나. 워낙 비슷한 책이 많은 탓이었다. 아이비 리그를 들어가거나 했다는 얘기는 더 이상 책으로 소화하기 힘들 터다. 사실 미국에서 학부 과정을 좋은 곳을 나오는 것은 그 가치가 조금 과장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이 글을 쓴 이는 조금 색다르다. 잘난척 할 생각도 없고 그럴만한 배경도 별로 없다. 다만 열정과 에너지로 이 나라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학업을 마쳤을 뿐. 별난 사교육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집안 환경을 지녔을 뿐. 그런데 그이가 거두어들인 성과는 실제적으로 대단한 것이다. 그 도전의 크기는 쉽사리 가볍게 보거나 폄하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자만이 아닌 오래된 싸움의 소산이다. 값진 것이다. 박수 칠만한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일반적 구성 그대로다. 어떻게 해서 번듯한 외투법인의 20대 후반 과장에서, 모든 기회의 원천이긴 하나 동시에 모든 기회 그 자체는 아닌"MBA"의 꿈을 꾸게 되었는지 낱낱이 꾸밈없이 솔직한 어투로 그려진다.  

꾸미려는 의지가 없으니 글들이 수월히 그리고 진정성을 갖고 읽힌다. 모르긴 해도 그이의 학교 에세이들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연수 같은 기회를 가져 보지도 못한 채 미국 땅에 던져졌을 때의 난처한 두려움이란... 아마 신입 사원이 외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혼자 무턱대고 참석해야 하는 처지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글쓴 이의 실재적 어려움들이 얼마나 손에 잡히듯 생생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MBA의 위대함이 아니다. MBA의 가늠할 수 없는 환금가치가 아니다. 무엇보다 MBA가 누구에게나 권할 이 시대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님은 그 스스로가 잘 안다. 그 보다도 이 책이 밑줄치려 했던 것은 어떤 종류의 꿈이라도 좋으니, 젊은 날 그 꿈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절실한 권면이다. 꿈의 크기가 아닌 꿈의 내밀한 한 가운데를 그이는 제대로 짚어낸다. 

그러므로 끔찍하게도 어려웠던 모든 워튼에서의 2년은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값어치 있는 시간이 된다. 누군가는 빵을 굽는 꿈을, 누군가는 옷을 만드는 꿈을, 누군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을 꾼다. 그 꿈들이 세계 최고의 MBA 클라스를 마치고 뉴욕 한복판의 투자은행에 입성한 저자의 찬란한 꿈에 견주어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미치거나 혹은 채 미치지 못한 젊은이들을 위한 꿈의 가이드 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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