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 '죽음'.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죽음에 대해 우리는 두려움을 가진다. 그래서 누구나 불로장생을 희망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왜 두려운 것일까? 그것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뻔한 대답인가) 어떨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가? 부모님 곁을 처음 떠날 때, 군입대할 때,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우리는 크던 작던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두려움도 우리가 그것에 적응하게 될 때 점차 사라진다. 즉,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 두려움도 같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이해하게 될 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기 전에 죽음을 알 수 없고, 죽은 자가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그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죽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종교의 존재도 사라질 지 모른다.

'임사체험'이란 사고나 질병으로 거의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던 사람들이 의식을 회복한 후 들려주는 이미지 체험이다. 저자는 이런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인터뷰하고 그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우리에게 탐사 저널리즘으로도 잘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는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TV에 잠깐 소개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4층짜리 건물 하나를 그가 읽은 책으로 쌓아놓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는 1991년 NHK 방송을 위해 임사체험에 대한 취재를 했는데, 취재 비디오 테이프가 230개나 되고, 수집한 자료만 몇 상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때 취재했던 내용들을 사장하기 아까워 방송과는 별도로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과연 임사체험은 체험자가 실제로 겪은 사실일까 아니면 그저 뇌에서 느끼는 환상일 뿐일까? 전자에 치우친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저자는 두 견해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양측의 견해를 각각 소개한다. 임사체험이 사실이라면 사람들의 경험 역시 비슷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의 경험은 비슷한데,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이와 다른 경험을 한다. 이는 임사체험이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환상이라는 견해에 힘을 더해 준다.

그렇다면 임사체험은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누구나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교통사고가 난 사람의 영혼이 자신의 몸으로부터 빠져 나가 자기의 쓰러진 육체를 들여다 본다. 자기는 괜찮다고 소리 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를 껴안고 울고 있다. 실제 임사체험을 한 사람 역시 이런 경험을 얘기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이송된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빠져 나와 그가 수술받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의사가 어떻게 수술했는지를 모두 보게 되는데, 다시 살아난 그가 그 장면을 기억하고 그 장면을 자세히 말할 수 있다면 이를 환각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저자는 이러한 임사체험의 사례를 지겨울 정도로 많이 나열하고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임사체험은 사실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꿈 깨시라. 누가 거기에 답을 줄 수 있겠는가? 중요한 사실은 임사체험의 경험이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임사체험을 겪었던 이들의 대부분이 현재의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감사하면서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런 연장선의 하나라고 느끼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현재 자신의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열심히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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