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옹, 풍경을 마시다
왕희지 외 지음, 서은숙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취옹. 술취한 늙은이, 뭔가에 취한 누군가, 풍경에 취한 취옹.

"그해는 눈이 무척 많이 내려 온 세상이 마치 운무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의 나레이션을 들으며 나는 그 세상으로 갔다.

"해가 드는 곳은 이미 눈이 녹았지만 그 반대쪽은 흰 눈이 여전하다. 이처럼 흑백이 대비되는 기묘한 절경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풍경을 즐긴다는 게 대체 뭐지? 나에겐 너무나 낯선 즐거움이다. 아주 고리타분해 보이는 옛 취향 같았다.

"대설이 내린 어느 날 밤이다. 야경이 지난 후 나는 갑자기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시동은 추운 날씨 때문에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눈을 밟으며 매화를 찾아보는 묘미를 어찌 알겠는가. 나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털옷을 걸치고 화로를 품에 안고 혼자 호심정으로 갔다."

매화를 찾기 위해서? 

이 책은 역대 기행 산문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소개 되었다. 또 한번 풀어 설명하자면 풍경에 대한 위대한 중국 산문들을 엮은 것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특별함을 다른 것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매우 환상적인 단편 소설 모음집과 같았다.

그 글들은 내가 지극히 좁은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 글 속의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이곳의 취미, 풍경, 글쓰기에 길들여져 있음에 놀랐다. 

그 풍경 속에 '친구'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 친구와 상상할 수 있던 환상을 하나 더 추가 했다. 차원을 이동해서 우리가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아이들처럼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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