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청목 스테디북스 58
에리히 프롬 지음, 설상태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여간 곤란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무엇을 믿을 것인가’란 질문을 받는다면 허탈한 웃음과 함께 그냥 그 순간을 쉽게 넘겨버릴 수는 있겠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또는 잠자리에 누워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세상을 오래 살았던 적게 살았던 상관없이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없으니 말이다.

여유가 없는 삶... 누구는 책을 통해서 그렇게 말한다. ‘느리게 살아라‘고.. 하지만 현실이야 어디 그러한가. 하루하루 직장업무에 쫓기고 보고서니 프로젝트니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는데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또 누구는 말한다. '여유는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고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웃기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나 스스로가 모든 삶이 회의스럽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나에게 삶의 여유와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이 있다.

위의 첫 번째 질문에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 각자는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애씀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실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지만 불교를 믿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또한 두 번째 질문에 움베르토 에코는 ‘초월적인 윤리(종교)와 구별되는 자연적인 윤리가 있으며 그것은 바로 `이웃사랑`과 `깊은 사려`다`라고 말한다.

두 답변에서 같은 점을 발견하였는가. 바로 ‘사랑’이다. 가장 흔히 들어볼 수 있는 말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린 ‘사랑’. 제목만 해도 3000여 곡이 넘는 대중가요 속에서 ‘사랑은 무지개처럼 소리없이 온다’는 최근의 '오버더 레인보우'란 영화 속에서도 흔히 발견한다. 그리고 각 개인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사랑까지 더한다면 온 세상이 사랑으로 뒤덮고 남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가할 것이다. 가슴아픈 사랑을 한 본인도 이제서야 그것의 윤곽만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어렵고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가, 존 그레이의 ‘화성남자, 금성여자’시리즈의 사랑의 실습 참고서라고 부를 수 있는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떠한 것의 본질을 모르고서 접하는 많은 파편의 조각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듯이 ‘이해’의 정도까지만 가능하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 한다. 여기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나에게 삶의 여유와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책 한 권이었다.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의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 많은 사람이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쉽게 잊는 것일까. 요즘 TV를 비롯한 각종 방송매체를 관찰해보면 사랑을 단순한 게임으로 만들어버린다. 사랑이 사고 팔수 있는 물건처럼 ‘사랑을 권하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각자에게 각자의 특성을 허용하고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에 있어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된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정상이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므로...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잘 못된 것이다.

어느 회사의 광고 카피 중 ‘사랑은 항상 2%로 부족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2%는 영원히 충족될 수 없을 것이다. 이유인 즉,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이다. 그것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이해했을 때,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그대가 원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는 자여, 달려가서 잡아라! 그대가 원하는 사랑을... 그리고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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