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살아간다 (그린 에디션)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나무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엽록소를 낭비하는 법이 없다.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성장에 집중한다. 겸손한 서어나무도 그렇다. 서어나무는 특별히 높이 자라지도 않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으며, 달콤한 과일을 맺지도 않는다. 요란한 박수갈채 따위, 기대한 적 없다. 늘 건강하고 견고하게 수천 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을 뿐. - P20

우리 앞에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이길 힘이 내 안에 있다는 믿음, 그것이 곧 자신감의 열쇠다. 그 방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나무가 뉴질랜드산 카우리소나무다. 이 나무는 숲의 일원으로서도, 철저히 혼자서도 1000년 이상 살아갈 수 있다. 놀라운 자급자족의 힘으로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몸통이 거대하게 자라는 이 나무를 한 번 안아주려면 일곱 사람은 모여 손에 손을 잡아야 하니, 카우리소나무가 독립적인 나무라는 게 정말 다행스럽다. - P91

‘휠 줄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는 신조에 동의하지 않는 나무는 없으리라. 때론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진리다. 세찬 바람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나무는 유연해야 하고, 같은 이치로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변화구에 대비해 우리도 유연함을 배워야 하니까. 개암나무는 탄력과 유연함의 고수로 꼽히는 나무다. 개암나무는 스스로 자신의 윗부분을 잘라낸다. 즉, 매년 몸통의 기반부에서 새로운 나무순을 틔워 올린다는 의미다. 새순은 곧고 유연한 장대로 성장하면서,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에게 꼳 필요한 자원임을 입증해왔다. 개암나무처럼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 P122

주도적으로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이 좋을 때도 분명 있다. 그러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밀어붙여 끝이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이치를 특히 잘 이해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너도밤나무. 아무리 뿌리가 겨울 내내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더라도, 봄의 새잎을 틔어내길 오랜 시간 고대하고 있더라도 나무는 때를 기다린다. 일조량이 최소 13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조금 따뜻해졌다고 섣불리 잎을 틔운 나무들은 곧 후회하기 마련이니까. - P102

성공에 이르는 길은 한 갈래가 아니어서 모두가 같은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기묘하고 경이로운 바니안나무는 나무들 중에서 가장 큰, 거대한 나무다. 하지만 의외로 이 나무는 삶의 시작부터 땅은 밟아보지도 못했다.
이 진취력 넘치는 개성파 나무의 씨앗은 다른 나무의 갈라진 틈에 착생식물로 자리를 잡고, 그 주변에서 영양소와 수분을 흡수한다. 그렇게 일단 시작이 되면 가지에서 땅으로 곧바로 몇 가닥의 뿌리를 내린다. 나무가 되는 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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