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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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독 후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먼저, 프란체스카는 자식들에게 그 편지를 꼭 남겼어야 했나?
-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떠날 수는 있다. 그런데 자신이 죽고 난 이후에서야 남겨진 자식들이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알아 줬으면 하는 심리가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그 편지를 읽은 자식들도 곧바로 어머니를 이해하고 그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안타깝게 여기는 반응도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었다.
그들의 사랑을 부각하기 위하여, 수식적인 문장들은 곳곳에 배치되며, 서사 구조 또한 희생당하는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 내세우는 ‘확실한 감정’이란 것도 반복해서 나올수록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지는데, 내가 너무 이성에만 의존한 탓일까. 어찌 보면 난 그런 사랑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둘째, 프란체스카의 자식들은 왜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 이야기가 소설로 굳이 쓰여지길 바란 걸까?
- 이 소설은 액자소설 형식으로, 소설의 초입과 결말 부분에서 소설가가 서술자로 등장하여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와 그들에 대한 조사를 하는 내용이 나와 있는데 굳이 세련된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이것도 이 소설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이 두 가지의 의문점으로 인해, 나는 소설에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완전하게 공감을 하지는 못했지만,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고, 결혼의 책임감과 무게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았다.

2.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썼다.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다. <소행성의 광부들>같은 (또는 <인형의 계곡>이나 <다락방의 꽃들>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 한 권은 유수한 대학의 문예 창작과에서 한 학기를 공부하는 것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설령 기라성 같은 대가들이 초빙 강사로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177~178쪽)

여기서 스티븐 킹은 나쁜 책의 예시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들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지 않으므로, 추론해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찾아낸 것은, 매력적 인물과 수려한 미사여구와, 그들의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사랑과 그들의 사랑을 이해, 공감시키기 위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설득력 이런 모든 것들에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 다시 말하면 억지스러움이 있으며,
위에서 내가 의문을 품었던 부분에서는 그런 느낌이 한층 증폭된다.

그렇다고 내가 이 소설을 읽은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밑줄긋기에 여러 문장들을 추가해 놓기도 하였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는 쓰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다.

3.
이제 다음으로 영화를 볼 차례다.
나는 <라스트 미션>을 본 후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킨케이드 역으로 그가 나온다는 걸 알고, 소설 중간 중간에 그의 이미지가 떠올라 다시 또 소설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그래도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은 영화가 감동적이라고 하니,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조금쯤은 세상과는 상관없어지고, 약간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서서히 인생이 끝나가는 노인들이었지.

그는 마법을 이해했어요. 재즈 음악가들 역시 마법을 이해하지. 아마 그 때문에 우리가 친해지게 되었을 거요. 전에 천번도 넘게 연주한 어떤 곡조를 불다가, 마음 속으로 인식을 하지도 못하는 사이,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악기를 불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는 사진 작업이나 인생이 일반적으로 그런 면이 많다고 하더군. 그러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어요.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의 행위를 하는 것도 그렇지요."

그는 음악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표현하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어요. 내게 말했지. "존, 당신이 <세련된 숙녀>의 네 번째 악절에서 거의 언제나 반복하는 부분 있잖소? 나는 어느 날 아침 그 부분을 필름에 옮기겠다는 생각을 했소. 빛이 수면 위로 내리는데 파란 왜가리 같은 것이 거의 동시에 내 파인더를 지나가더군. 나는 당신의 반복 악절을 들을 때마다 그 광경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소."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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