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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수런 숲 이야기
고데마리 루이 지음, 오사다 게이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22년 6월
평점 :
책의 제목은 '수런수런 숲 이야기'이지만 사실 이 책은 숲을 빌려 아이가 성장하는 내면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런수런' 이라는 단어가 숲과 매우 잘 어울려서 숲에서 듣는 이야기의 느낌을 물씬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양한 흉내내는 말고 묘사가 나와 감각적으로 풍부해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가 "평범하게 사는 것"에 집착한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은 생각보다 기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평범하다고 하고 모두 그렇게 사는 것이 최고라 여기기 때문에 평범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많은 괴리감을 느끼고는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 시절 남과 다른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매우 심하다. 남과 달라도 그건 전혀 문제가 없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쉽지 않은 환경이다.
책의 주인공이 마이네 가족도 그렇다. 가족은 모두 같은 집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암묵적 믿음이 마이를 불안하게 하고 힘들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되던 부분은 일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어하는 어른의 마음과 그래도 엄마와 함께 살고 싶고, 엄마를 영영 만나게 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계속해서 교차하며 나타난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의젓한 척, 괜찮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조금 더 아이처럼 굴어도 되는 아이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자기 감정, 나 자신과의 대화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 믿는다. 주변 어른인 우리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와 잘 대화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잡아주는 것이 아닐까? 남들과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 혼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들이 너희만 유별나게 그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며, 그런 일은 자연스럽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거기에 너의 잘못은 없으니 절대 자책하지 말라는 말은 전해주고 싶다. 스스로 내면을 성장시키는 과정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