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 이맘 때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됐다. 완전히 빠져들어 읽었던 <빅피처>.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든 그의 두 번째 번역본 <위험한 관계>.
약간의 호기심에 선택했던 <빅피처>에서는 예상 못한 의외의 전개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작가를 알게 된 후 만나게 된 두 번째 책인 이 책에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박진감 넘치는 전개나 반전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아쉬운 요소였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작가는 분명 자신의 역량을 100%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여주인공 샐리의 세밀한 감정 묘사에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고 아마도 다음 작품이 나오면 또 다시 기대하며 덥썩 집어들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다ㅎㅎ 9월 <모멘트>라는 신간이 나올 것이라는 예고를 보며 벌써 기대하고 있으니 -_-



<보스턴 포스트>와 <크로니클>지의 카이로 특파원으로 만나게 된 미국 출신 샐리와 영국 출신 토니.     첫 눈에 빠져들어 짧은 시간에 임신과 결혼, 영국으로의 근무지 이동이라는 변화를 겪은 그들은, 준비되지 않은 결혼과 출산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편으로의 역할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토니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출산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샐리.
책의 전체 페이지 550페이지 분량 중 300페이지 가량은 이러한 두 사람의(정확하게는 샐리의 시각에서) 혼돈을 서술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과정, 그리고 산후우울증을 겪는 샐리에 대한 묘사는 여성 내면을 뛰어나게 보여주고 있어서 이 글을 쓴 작가가 과연 남성이 맞는건지 의심스러웠을 정도.
샐리에게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그렇지만 치밀한 극본같이 짜여진 토니의 배신과 이에 따른 토니와 샐리의 법정공방전은 <빅피처>를 생각한다면 그다지 큰 반전이 있었다고 하기에도, 숨 가픈 전개가 펼쳐진다고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명, 한 번 손에 들고나면 쭉 읽어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단한 몰입도를 만드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샐리와 토니의 준비되지 않았던 결혼과 출산 과정을, 출산 후 혼란스러워하는 샐리를 보며 내 인생에서 결혼과 출산을 배제시키려고 했던 마음이 확고해지고 있던 와중에, (정확히 이 책의 256페이지를 읽으며 그런 마음을 확고히 다지고 있던 때에) 신기하게도 한 친구로부터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물론 그 친구는 이 모든 과정을 잘 보내겠지만 축하한다는 얘기를 전하면서도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밑줄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는다고 믿는다. 그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을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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