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3류 모델 나현창, 진실한 사랑이 두렵기만한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 민서정, 음악평론가이자 소설가. 담백한 남자 정기안. 그리고 귀엽지만 어설픈. 2인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이 못마땅스럽기만한 네일 아티스트 조희경. 소설은 이 네 명의 젊은이들이 얽힌 사랑이야기를 각자의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다.

<소울메이트><안녕,프란체스카>를 보진 않았지만, 이 두 작품들에 열광하던 이들이 있는걸 보면 이미 검증된 작가다 싶어서 별 거리낌 없이 책을 들었다. 그런데 왠걸 열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고 아차차- 하게 된다. <코스모폴리탄>에 연재가 되었다더니. 역시나. 하고 적당히 페이지를 눈으로 훑듯 읽는다. 수위가 한참이나 높은 글들을 많이 싣기로 소문이 자자한 <코스모폴리탄>에 연재되어서 그런걸까? 적당히 자극적일꺼라고는 예상했지만 출근시간 한 시간 전,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소설이나 읽자던 계획은 남이 볼새라 책장을 넘기는 분주한 손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그러고보니 주인공들 직업도 모델, 스타일리스트, 소설가, 네일아티스트다. 약간은 붕 뜬 듯한, 현실감이 묘하게 결여된 스토리도 잡지의 무게 딱 그만큼인 것 같다. 무게로 따지자면 <코스모폴리탄>이 여느 잡지들보다는 좀 더 무겁기는 하더라마는.



Story
1. Poison Prince '나현창'
현창은 모델이지만 아르바이트로 바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바에서 그는 모델 오디션에서 자신에게 칼날을 겨눈 스타일리스트 민서정과 맞닥뜨리게 되고, 그녀의 친구 희경으로부터 서정과 함께 밤을 지새워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이었고, 하룻밤 쯤이야 누구와 잠을 자든 상관이 없었던 그는 이제껏 그래왔듯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서정과 함께한다.

2. Writing to reach you '정기안'
서정의 애인인 기안은 서정과 함께 간 파티에서 현창을 만난다. 익숙한 얼굴의 그. 며칠 전 기안에게 전달된 사진 속 주인공이다. 사진에서 현창은 서정과 열락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안은 감정을 억누르고 사진 속 모습을 털어내려 애쓴다. 한 번이니 나만 눈감아버리면 지나갈 수 있으리라. 그녀와의 사이는 아무 문제 없으리라. 파티에서 희경은 현창에게 서정과 다시 한 번 밤을 같이 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그녀의 몸도 마음도 그 자신에게 향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그날 이후 두 번째로 함께 밤을 나눈 현창과 서정. 그들의 모습은 이번 또한 기안에게 전달된다. 기안은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서정에게 이별을 고한다.

3. My heart is as black as night '민서정'
화보촬영차 들른 일본의 바에서 기안을 만났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이제껏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안달했던 여느 남자들과 다르게 그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늙어 죽을 때 까지 함께 하자고 했던 그가 이제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두려워 현창에게 몸을 묻으며 자신을 망가뜨려본 것인데, 기안이 이별을 고하자 서정은 그가 없는 삶이 이제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겠다고 다짐한 서정은 현창에게 제안했다. 기안과 서정 공동명의로 된 집에 같이 들어가서 살자고. 이렇게해서 세 명의 기묘한 동거생활을 시작된다.

4. Broken bicycles '조희경'
희경은 서정의 친한 친구이다.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 서정의 소개로 네일 아티스트로의 명성을 떨쳐나가고 있긴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서정의 그림자일 뿐이다. 자신의 일에서도 일인자이지만 연예인 뺨치게 예쁘기까지한 서정. 뭇남성들의 시선은 서정에게만 향해있고 희경은 언제나 서정의 친구, 딱 그 자리에만 있다. 하루걸러 남자를 갈아치우는 서정. 곁에 기안이라는 멋진 남자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여전히 이 남자에서 저 남자로 헤매고 있는 서정이 희경은 못마땅하다. 기안이 그녀에게는 너무 과분해보여서, 그 남자가 내 남자가 되었으면 해서, 그 남자를 얻고만 싶어서 현창에게 제안을 했다. 현창이 서정의 몸도 마음도 다 차지해달라고.

진창에서 뒹굴기만 하는 현창. 그의 악마 같은 웃음과 나이답지 않은 어두운 모습에 서정은 몸서리를 치지만, 현창은 자신의 꿈과 서정을 맞바꿀 모험을 감행한다. 현창의 사랑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고, 서정의 사랑은 현창과 기안 사이에서 위태위태한 외줄타기와 같았다. 가랑비에 옷 젖어들 듯 아스라한 감정을 새긴 기안은 현창의 모험 앞에서 뒤돌아서야만 했고, 친구의 사랑을 넘본 희경은 연심을 주었던 남자에게 자신의 밑바닥 추악한 모습을 다 드러내고야 말았다. 꿈을 잃었지만 사랑을 얻은 현창, 삐딱하게 칼날을 겨누고서라도 지켜야만 했던 자신을 더 이상 홀로 지킬 필요가 없어진 서정.
결국 기안이 홀로 남게 되었지만 서정은 아무래도 기안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대였을지 모르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기안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내고 싶다. 
티격태격할 것은 안봐도 뻔하지만 현창과 서정이 앞으로 행복하기를, 기안은 그에 맞는 좀 더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을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희경도 자신을 좀 더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되길, 그에 앞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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