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에 프로야구 인기가 뜨겁게; 치솟고 있는 것과도 관련, 야구에 관한 기본 상식이나 룰 등을 소개해주는 책에서부터 이렇게 에세이나 소설까지 꽤 많은 야구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다. 2009년 프로야구가 시즌오프에 들어가면서 야구 관련 서적이나 한 권 읽어볼까 싶어서, 그 여럿 되는 책 중 고른 책이 <야구장 습격사건>.
이번에도 역시, 제목에 홀려. 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고른 책이었는데, 작년 딱 요맘때는 앞 부분 몇 장을 읽다가 접어버렸었다.
일본 야구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전무한 수준인데, 일본 야구팬의 일본 야구장 탐방기다 보니 일본 야구 선수들이 수두룩 빽빽이 등장하자 재미가 썩 있을 수 없음은 당연할 수 밖에. 물론 친절하게도 주석이 바로 아래 있긴하지만.

그러다 문득 야구가 그립기도 하고, ‘곧 2011년 프로야구가 개막하겠구나.’하는 설레임에 이 책이 생각나 다시 손에 들었는데 작년과는 반대로 술술 잘도 읽힌다. 처음 한 스무장이 고비였었구나 -_- ;
일본 야구에 관한 정보가 전무하다 시피하는건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지만 뒤로 넘어가다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종종 등장한다. 은근 나도 알고 있는 일본 야구 선수가 열댓명 남짓은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까지?



기분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나던 오쿠다는 공항에서 요코하마 선수들과 마주치게 되고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면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선수들이 훈련하는거나 한 번 볼까? 하면서 야구장 탐방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일본지역-대만도 한 곳 포함- 야구장 탐방 에세이.
정확히 짚자면,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탐방, 우동집 탐방, 마사지샵 탐방 에세이
(야구장 보다 마사지샵을 더 많이 탐방한 것 같다 -_-)
내가 썼다면 "승화의 야구장 탐방, 야구장에서 먹는 피자맛 찬양, 야구장 전광판 선수 프로필의 진실 찾기 에세이 (부제 : 강민호가 98kg인데 이대호가 101kg이라고??)" 쯤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정말로 편하게 쓰여졌다. 야구장 다녀온 날 침대 위에 엎드려 일기장에 끄적끄적한 듯한 글. 그렇기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구절도 꽤 되고 가끔은 ㅋㅋ하면서 웃게 되는 부분도 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하늘 색깔이 심상찮다.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비올 확률 70%. 오늘 야구를 과연할까? 안하면 안돼! 하늘을 보고 기다리다가 야구장에 전화를 걸어본다. "오늘 야구 해요?"
야구장 가는 길은 이러이러 하고, 나는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먹거리들을 사 들고 야구장에 들어갔고, 들어가는 길에 운 좋게도 모모 운동선수를 만났고, 경기는 투수전 양상을 띠다가 결국 모모 선수의 끝내기로 종료됐다. 늦으면 길이 밀릴테니 어서어서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싶어서 나는 경기장에서 언능 나와버린다...
호텔로 들어와 씻고 스포츠 뉴스를 보는데 마무리 투수의 “다 내 잘못이에요. 볼을 던졌는데 가운데로 몰렸어요”하는 인터뷰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오늘 경기는 모모 선수가 다 말아먹었어. 어떻게 득점찬스에서 병살이 두 번이야? 이 자식. 넌 오늘 밤엔 좀 굶어.’>
이런식이다. 말장난도 제법 섞여 있으면서 정말 끄적끄적하는.
"나는 이렇게 쓸꺼야. 그러니 편집자 양반 내 글에 가타부타 하지 마쇼! 아님 출간하지 말든가?" 하는.

끄적끄적한 글인데 끄덕끄덕. 야구팬이니 공감이 될만한 구절이 없을 수가 없다. 다들 똑같아 똑같아.



옛날엔 2년에 책 한 권 출간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던 오쿠다는 이제 앞으로 5년 까지 스케줄이 꽉 찬, 이렇게 마음 편하게 뭐든 끄적끄적해도 앞다투어 글을 출판해주겠다고 하는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이런 자신을 너무도 자랑스러워하고 또 신기해한다. 그런 이 사람 글을 보며, ‘정말 부럽다 -_-’고 나는 생각한다.
부러워. 부러워. 몹시도 부러워 -



책을 읽는 동안 햇살 따뜻하고 바람 선선한날. 경기 시작 한 두 시간 전에 야구장에 들어가 앉아서 초록의 잔디를 보며 안구 정화하고, 준비해온 먹거리를 먹으며 입 호강시키고, 오늘의 경기에 대해 미리 예상해가며 초록 위에 주황색 연습복을 입고 뛰어 다니는 선수들을 내려다보는 나를 상상한다. 아. 정말로 기다려진다. 이번 시즌도.
아직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의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포츠 뉴스조차 멀리하고 있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바람잘날 없는 스토브리그를 겪고 있느라 몸과 마음은 아직도 눅진눅진 하지만.
야구가 그리운 요맘때 읽기에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미안한 얘기지만 오쿠다 히데오, 라고 하니 그러지 않아도 일본에 대한 선입견이 가득한 나는 이 작가의 책이 선뜻 집어지지가 않았다. 왠지 오타쿠 소설을 쓰는 작가일 것 같아서? -_- 라고 하면 정말 웃기지. 근데 정말 그랬다. 오쿠다 - 오타쿠 - 오쿠다 - 오타쿠.... 자꾸 이런 느낌이 들어서.
에세이를 읽고 나니 플롯을 따로 짜지 않고 손이 가는대로 글을 쓴다는, 애초부터 자신에게는 글을 쓰는 능력따윈 없었기에 살을 후벼파며 독하게 소설을 쓴다는 이 작가의 소설도 한 권쯤 읽어보고 싶어졌다. 장난기가 가득했던 에세이와 반대로 소설에서는 아주 진지한 얼굴의 주인공들이 등장할 것 같아서 기대되기까지. 에세이는 비교적 정상적이었으니 소설에서도 오타쿠 느낌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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