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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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아가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죽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을 떠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79p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아이는 다시 속삭인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80p

나는 평생 어쩌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반했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단다, 노아노아. 그 반대라면 모를까.

125p


 이 책은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손자 노아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다. 200장도 안 되는 책이지만 내가 받은 슬픔은 200장이 넘는다. 생각보다 너무 슬퍼서 다 읽고 나서도 마음이 아팠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을 울리지만 특히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나누던 대화들, 할머니와 나눈 대화들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다. 할머니를 위해 모든 수식을 계산하여 정원을 만든 할아버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정원이 주는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 사랑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최고의 로맨티시스트가 아닐지...

물론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아들과의 대화 또한 강렬했다.


 할아버지는 노아를 남들보다 두 배 더 사랑해서 노아의 이름을 부를 때 노아노아라고 이름을 두 번 말한다. 할아버지만의 사랑의 표현이 이름을 통해 나타난다.

 할아버지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아들 테드에게 노아를 대할 때만큼의 상냥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 역시 노아만큼 사랑한다. 기억이 온전하지 못해 아들에게 했던 말을 또 해도 아들의 이름은 정확히 테드테드라고 부른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지만 자신의 아들이자 가족이기에 여전히 아들을 사랑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런 것일까, 이름을 두 번 부르는 걸로 눈물이 날 줄은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별을 할 수 있을지, 이별을 이렇게 준비할 수 있을지, 내 기억 속에는 어떤 것이 끝까지 남아 있을지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보르헤르트의『이별 없는 세대』에 이런 글이 있다.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마치 하늘의 별처럼 우리는 무수히 만나지만, 만나도 그것은 짧고, 진정한 이별은 없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과 『이별 없는 세대』에서의 이별은 단어는 같지만 주는 의미는 다르다.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 『이별 없는 세대』라면 그 과정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은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보르헤르트의 『이별 없는 세대』가 떠올랐고, 이어서 알렉스와 프란세스의 『별이 가득한 심장』,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도 떠올랐다.

『별이 가득한 심장』은 일러스트 때문인지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고, 『애도일기』는 이별이라는 글자만 봐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이다. 『애도일기』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무너진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잃고 싶지 않은 기억조차 결국에 잃게 된다는 걸 아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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