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사적인 미술관 - 언제 어디서든 곁에 두고 꺼내 보는
김내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두아르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그림에 대한 도슨트를 들은 적이 있다. 그냥 훑어봤을 때는 크게 마음을 끌지 못했던 그림이 설명을 듣고 나니 다르게 보였다. 이전까지는 내가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에 치중했으나 그 뒤로는 느낌이 좋은 그림은 설명을 찾아보곤 한다. 작가는 어떤 상황이었고 어디에 중심을 두고 그렸는지, 관련된 일화가 있는지 등을 찾아보고 나면 그림이 달리 보인다.


책에서는 미술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작가나 그림에 대한 간단한 설명, 저자의 생각 등을 담았다. 한 페이지 가득 담긴 그림을 제외하면 각 그림당 내용은 2~5페이지 정도로 짧아서 전혀 부담이 없다. 작가도 굉장히 다양하다. 교과서에서 자주 보던 고흐와 칸딘스키, 샤갈, 르누아르, 모네부터 요즘 핫한 마티스와 무하, 클림트 등을 만날 수 있다. 동양화는 해석하는 법이 달라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런 책에는 없을 것 같았는데 몇몇 동양화까지 포함해 더 흥미를 자아낸다.


책에서 내가 새롭게 꽂힌 작가는 '존 싱어 사전트'다.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라는 작품이 예뻐서 눈에 들어왔는데 그 속에 담긴 허무함과 영롱함, 그리고 찰나를 담아내기 위해 두 해 동안 그림을 그린 아이러니함도 좋았다. 또 다른 그림 '마담 x'의 강렬함도 인상적이었다. 처음 보자마자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전에는 외설적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내려가있던 한쪽 어깨끈을 올리지 않았던 모습이 더 아름다웠을텐데 작가와 모델에게 모두 좋지 않은 평가가 내려지면, 예술가가 뜻을 접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그림이 몇몇 있었다. 그림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좋은 책이다. 깊은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몰랐던 작가와 그림을 조금씩 알게 된 점이 참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운 책이다. 선물을 추천한다.


두 개의 책 표지로 즐길 수 있는 점도 좋은데 책갈피도 정말 예쁘다.

그들에게는 이 작품이 저속한 사실주의에 불과했겠지만, 카유보트는 누구보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따듯한 마음으로 바라본 인물이었습니다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