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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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정도면 당당히 한식 재료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식의 5대 재료,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그리고 치즈.”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우리는 이제, 치즈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명실공히 치즈공화국이다. 아쉽게도 다양한 종류의 치즈는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 아침으로 생모짜렐라를 넣은 카프레제를 종종 먹는다. 호텔에 가면 브리 치즈와 과일을 크래커에 얹어서 먹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4가지 치즈가 들어간 피자를 주문한다. 리코타 치즈, 부라타 치즈, 부팔라 치즈를 넣은 요리도 좋다. 때로는 스모크 치즈를 그냥 먹기도 하고, 어느 요리든 체다치즈나 모짜렐라를 넣으면 맛있다. 막상 유럽에 갔을 때는 치즈를 시식만 하고 사오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며 후회가 됐다.


치즈에 관한 딱 하나 괴로웠던 기억은 프랑스에서 먹은 ‘고트 치즈’. 꼬랑꼬랑한 맛이 고르곤졸라의 몇 배는 되는 듯했다. 고트 치즈 외에 다른 맛은 모조리 사라지는 마법을 겪었다. 그럼에도 저자처럼 “그 치즈를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 치즈를 먹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갑자기 그 치즈에 빠져버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블루치즈가 괜찮게 느껴졌던 것처럼.


순수하게, 열렬하게, 한결같이 치즈를 좋아한 저자의 이야기는 치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치즈와의 미래를 그리게 한다. 다음에 유럽에 가면 먹어야 할 치즈 리스트가 생겼다. 브리 치즈와 꿀, 견과류의 조화를, 무화과 잼·블루베리 잼과 랑세 델리스 드 부르고뉴와 사토리 샤도네이 벨라비타노의 환상을, 카망베르의 왕 카망베르 드 노르망디를 맛보고 싶다.


‘억지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어느샌가 개인의 역사가 되어 있곤 한다 - P10

‘유럽 교통의 중심’이라는 프랑크푸르트의 수식어는 과연 맞았다. 모든 것들이 그 원활한 교통수단을 타고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작은 매력 하나까지도. 딱히 볼 것도, 할 것도 남지 않은 도시였다 - P29

가장 좋아하는 것 앞에 스스로를 방만하게 풀어놓는 것, 그것이 여행의 핵심이니까 - P79

분명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자체가 어느새 나를 편협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계를 알았다면, 슬며시 선을 넘어 밖으로도 나가볼 일이다 - P93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위로는 드물다. 그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어서 더 귀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상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위로가 필요하다. 나의 치즈처럼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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