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리즈
김사업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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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조건이 갖추어졌기에 생겨난 것이며, 그 조건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만 존재할 뿐.˝

내게있어 불교는 좀 남다르다. 종교 라기보다는 철학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이 힘들거나 너무 치열해서 나 스스로 소진될때가 되면 다시 찾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종교에 가까울 수 도 있겠다. 그러기에 이 책은 내게 있어 곁에 두고 읽을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삶에서 불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고민하며 이 책을 썼다는 것을 여러차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일반 불특정 대중 보다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생활불교를 전하기보다는 불교의 핵심 이론(연기, 공, 유식, 선)을 설명하고 삶과의 연관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의 오랜 수행과 교수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해하기 힘든 개념을 보다 알기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다.

앞서 말한 이유 와 이 책의 집필방향 때문에 내가 곁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읽을 만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기이 이 책은 내게 잠언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연기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조건에 의해 생겨난다.‘이지만 여기에 함축된 의미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조건에 의해 생겨났다가 조건에 의해 변하거나 소멸하면 함께 변하고 소멸한다.‘이다. 이때의 조건을 불교에서는 인연이라고 한다. 우주의 모든 것은 예외 없이 연기의 이치에 따라 생겨나고 소멸한다. 연기의 이치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p24

왜 무상한가?에 대한 답을 굳이 찾는다면 모든 것은 연기하기 때문이다. 조건이 지속되는 한도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무상할 수 밖에 없다. 이 무상한 세계로부터 도피할 곳은 없는가? 없다.
있는 것은 무상한 세계뿐이다. 죽은자가 없는 집은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 발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p.30

어느것도 그 자체로서 무엇으로 저왜진 것은 없다. 정해진 그 자체가 없이 단지 조건에 의해 생겨났다가 조건이 다하면 소멸할 뿐이라는 것이 ˝공˝이다. p.71

연기는 조건에 의존한 성립을 의미한다. 반면에 자성은 조건이 필요치 않는 자발적 성립을 뜻한다. 연기와 자성은 양자택일의 관계이므로 연기가 진실이라면 자성은 부정될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은 연기한다. 이것은 모든 것은 무자성이라는 말이고, 이 무자성을 공이라 하므로 모든 것은 공이다.
연기=무자성=공인 것이다.
여기서 연기, 무자성, 공은 같은 것을 의미하는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공이 연기의 동의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p.78

˝일체개공˝ 모든 것은 공이다. 비난도 공이다. 비난은 비난이라는 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쉽게 말하면, 비난은 비난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석가모니 가까이 날아간 화살이 꽃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모든 것은 공이다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p.106

예불문에 ˝시방삼세 제망찰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것은 ˝모든 공간과 시간 속에 있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세계, 그렇게 무량한 세계이지만 그 하나하나의 세계가 서로 무한으로 관계하여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몸이 되어 있는 세계˝를 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핏줄과 유전자가 ˝나˝와 ˝시방삼세 제망찰해˝사이를 간격없이 잇고 있다. 둘은 한 몸이 아닌가? p.133

이처럼 언어는 본래부터 있던 것을 그대로 나타내는 거울이 아니다. 오히려 그 언어대로 보이게 하는 요술쟁이이다. 따라서 언어가 보여주는 그대로를 진실이라고 믿고 딥착하면 큰 오류를 범한다. 원래부터 꽃인 꽃은 없다. 꽃으로 부를 때만 그것은 꽃이 된다. ˝짜증난다˝라고 할 때에만 그것은 짜증나는 일이되고, ˝가난하다˝라고 할 때에만 당신은 가난한 사람이 된다. p.144

업과 번뇌가 소멸함으로써 해탈이 있다. 업과 번뇌는 ˝분별˝에서 생겨나고 분별은 희론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희론은 공에서 소멸한다. - 용수의 증론 제18장 관법품 제 5송
*희론 : 말로 대상을 개념화하고 그에 대해 집착하 는 것.

색즉시공은 대사일번, 즉 한번 내가 크게 죽는 길이다. 본인이 자진해서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철저히 놓아버리는 것이며, 백지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철저하고 완전허게 죽는 것에 의해 도리어 모든 것이 참된 진짜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이것을 선에서는 절후소생이라 한다. 공즉시색은 절후소생에 해당한다. p.183

내가 행하는 몸짓 하나, 말 한마디, 생각 한 자락은 경코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다. 반드시 자신과 성질이 동일한 종자를 나의 아뢰야식에 남기고 사라진다. 그 종자는 없어지지 않고 아뢰야식에 남아있다가 때가 갖추어지면 그에 맞는 결과를 가져온다. p.243

이와 같이 기복불교가 집착의 대상이 될 때 그것은 역기능을 한다. 이 역기능은 비단 기복불교에 국한된 문제만은 어니다. 선에서도 끊임없이 ˝얻었으면 버려라˝고 경책한다. 우리의 집착은 대상을 가리지 않으며 모질도록 끈질기다는 말이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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