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판 15쇄 2004년 3월 25일 발행인 책이다. 10년도 넘은 책이다. 추석 연휴 고향집에서 우연히 찾아 희미한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읽었다.

출판사도 바뀌고 개정판이 나오고 현재도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짧은 문장들도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에 많은 의미를 담기위해 노력한 작가의 수고로 독자는 책읽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전장에서 죽음과 함께 하는 장수의 느낌, 마음대로 죽을수도 없는 장수의 마음, 하지만 그 곳에서 죽어야만 하는 장수의 운명.....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 그 장수의 마음을 정확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나는 그 한 문장이 임금을 향한 그리고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이기를 바랐다. 그 한 문장에 세상이 베어지기를 바랐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p.54

나는 다만 적의 적으로서 살아지고 죽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나의 충을 임금의 칼이 닿지 않는 자리에 세우고 싶었다. 적의 적으로서 죽는 내 죽음의 자리에서 내 무와 충이 소멸해 주기를 나는 바랐다. p.68

나는 겨우 알았다. 임금은 수군통제사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명량 싸움의 경과가 임금은 두려운 것이다. 수영 안에 혹시라도 재설을 감추어놓고 역모의 군사라도 기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그것이 임금의 조바심이었다. p.117

활을 당겨 표적을 겨눌 때 나는 내 어깨에 들러붙은 작을 느꼈고 칼의 세를 바꾸려고 몸을 돌릴 때 나는 내 허리와 무릎 속에서 살고 있는 임금을 느꼈다. 시린 무릎으로 땅을 온전히 딛지 못할 때도 내 몸은 무거웠다. 적과 임금이 동거하는 내 몸은 새벽이면 자주 식은땀을 흘렸다. p. 165

임금은 언어와 울음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언어와 울음이 임금의 권력이었고, 언어와 울음 사이에서 임금의 갈은 보이지 않았다. 임금의 전쟁과 나의 전쟁은 크게 달랐다. p.202

날개는 멀리서부터 적을 조인다. 작은 집중되고 나는 분산된다. 집중된 적은 분산된 나를 향해 쏜다. 적의 화력은 집중에서 분산으로 흩어진다. 분산된 나는 집중된 적을 향해 쏜다. 나의 화력은 분산에서 집중으로 모인다. p.237

적은 귀로의 바다 위에서 죽음을 통과해야만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고 그 바다에서 적의 죽음과 나의 죽음은 또 한번 뒤엉킬 것이었다. p.261

명과 일본이 강화하는 날 다시 서울 의금부로 끌려가 베어지는 내 머리의 환영이 떠올랐다. 나는 임금의 칼에 죽을 수는 없었다. 나는 나의 자연사로서 적의 칼에 죽기를 원했다.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