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연과 연재된 칼럼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여서 그런지 책의 두께에서 오는 위압감에 비해 가독력이 매우 좋은 책이다. 상당수 이야기가 기행문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훌륭한 여행가이드 책의 느낌도 들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지만 전반적인 중국 역사의 주요한 내용을 적절하게 잘 설명해 준다. 특히 전체의 1/3이 넘는 분량을 가지고 있는 시안(장안) 부분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이자 핵심인 것 같다. 천년의 고도이니 얽힌 얘기가 많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뒤로 갈수록 시안에서의 역사와 공간의 종횡무진의 횡보와 달리 도시 공간의 역사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여섯도시를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중국역사도 책 한권으로 모두 얘기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여는 글에서작가가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시안에서 베이징까지 순서대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중국 역사를 훑게 될 것이다. 물론 순서와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먼저 읽어도 좋다.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꼭지를 골라서 읽는 것도 괜찮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잠들기 전 잠깐 동안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듯 부담 없고 재밌게 말이다.˝


약한나라가 강한나라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약한 나라끼리 힘을 합치든지 강한 나라에 빌붙든지. 당시 전자의 구도가 합종이고 후자의 구도가 연횡이었다. 여섯 나라가 진나라에 대항하는 합종이든, 여섯 나라가 진나라에 사대하는 연횡이든 그 중심은 진나라였다. p.33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단 공간이 박제화, 상업화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세계문화유산은 숙명적으로 맥도날드화 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넘쳐나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호텔 기념품 가게로 가득한 그곳은 원래 그 공간이 갖고 있던 고유한 빛깔을 일고 만다. p.122

위징이 당 태종에게 올란 상소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두려워 할 것은 오로지 백성뿐입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나라의 안정을 누리고자 하되 마음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면 뿌리를 베고서 나무가 무성하길 바라고 원천을 막고서 물이 멀리까지 흐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p.130

관우의 머리가 묻힌 곳이 바로 뤄양의 관림이다. 중국 역사상 무덤에 림이라는 말이 적용된 사람은 공자와 관우 두 명뿐이다. 공자가 묻힌 공림과 관우가 무된 관림, 그들의 역사적 비중이 무덤 호칭에 반영된 것이다. 일반 백성의 무덤은 분, 왕후장상의 무덤은 총, 제왕의 무덤은 능이라 한다. 공림과 관림의 림은 성인의 무덤을 의미한다. p.232

북창자과록에는 이런 일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날 밤 떠들썩한 음악이 들려오자 인종이 궁인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음악이냐? 민간의 주류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폐하 바깥 민간은 궁중의 적막함과 달리 이토록 즐겁사옵니다. 너는 아느냐? 궁중의 적막하기에 바깥 백성들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는게다. 만약 궁중이 이토록 즐겁다면 바깥의 백성들은 적막할 수밖에 없느니라. p.305

따라서 진정 슬픈 일은 탑의 잔해가 아니라 예전과 똑같이 탑을 복구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노예적 파괴를 돠풀이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쉰은 이상을 품은 혁신적 파괴자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또 혁신적인 파괴자를 도적이나 노예와 구별하라고 주문했다. 아무리 선명하고 보기 좋은 깃발을 내걸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빙자해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조짐이 있는 자는 도적이고 그것을 빙자해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려는 조짐이 있는 자는 노예다. p.344

난진대학살의 참상을 낱낱이 고발한 최초의 영문 논픽션인 이 책(The Rape of Nanking,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의 저자는 중국계 미국인 아아리스 장이다. 그녀는 책이 두 가지 잔학행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는 일본이 수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은 난진대학살 자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이 이 대학살의 기억을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우려 하는 행위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조지 산타야나).˝ p.447

말 위에서 천하를 정복할 수는 있으나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칭기즈 칸이 중도를 파괴했고 쿠빌라이 칸이 그곳에 대도를 건설한 것은 매우 산징적인 일이다. 천하를 정복하려면 파괴가 우선이지만 그곳으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 크빌라이는 중국의 정복자가 아닌 통치자가 돠고자했다. 그는 대도를 건설함으로써 정주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p.4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