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1 - 낭인시대
방학기 지음 / 길찾기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무협영화를 좋아한다. 지금은 시들하지만 예전에만 해도 제목이 4-5자인 무협영화들이 수 없이 개봉했었고, 너무 많이 개봉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제목마저 헤깔릴 정도였다. 지금도 비디오방에 가면 그 옛날의 잘나가던 흔적이 남아있다.

천하제일을 꿈꾸는 자들. 그들에게 도전하는 수많은 사람들. 저다마의 무공을 연마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꿈꾸는 그들을 나는 잊지 못한다. 동방불패, 신용문객잔, 동사서독, 백발마녀전, 와호장룡.... 이런 영화들을 잊지 못하는 것은 영화속의 무림 고수들이 느끼는 사랑과 고독이었다. 특히 '동사서독'과 '와호장룡'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일들을 잊어버리기 위해 '취생몽사'라는 술을 마셔야 하고, 천하제일의 무술로서도 그들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그들은 언제나 고독했고, 외로웠고, 두려워했고, 슬퍼보였다.

내가 본 <바람의 파이터>도 그러했다. <바람의 파이터>는 지상 최강의 승부사인 최배달(최영의)의 실화를 다룬 만화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평생동안 연마한 권법은 무기 없는 자가 자신의 몸을 무기화하는 실전무술이었다. 맨손으로 소의 뿔을 부러뜨리고, 40대1의 싸움에서 이기고, 목숨을 건 수많은 싸움에서 이겼다.

언제가 작가인 방학기가 최배달을 만났을때 가장 궁금해 하던것을 물었단다. '무섭지 않았냐고'고. 최배달은 벗겨진 머리를 가리키며 '내가 젊었을땐 숱이 많았는데 끝나면 한 웅큼씩 빠져 이렇게 됐다'고 했단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싸움꾼에도 철학이 있는 법이다. 철학이 없다면 건달이나 깡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살아생전 최배달은 입버릇 처럼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 상수(上手)는 많다. 나 말고 모든 사람이 내 선생이다.' 그래서 언제나 겸손해야 하는 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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