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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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라질 태생의 마샤두 지 아시스 작가님의 [동 카즈무후] (1899)는 질투와 의심으로
인해 한 가정이 와해되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진 장편 소설이다.

전체 361페이지의 이 소설은 총 148장의 소주제로 엮여진 회고록 형식의 소설이다.
책의 차례에는 동 카즈무후 (P. 7) / 해설: 오셀로 증후군이 빚어낸 파국 (P. 362)이라고 써 있다.
번역가님의 해설 제목만 보고 책을 완독하기까지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오셀로와 같은
비극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려질까 내심 아주 궁금해 하면서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인 '동 카즈무후'는 회고록의 주인공 화자인 벤치뉴의 별명이다. 제1장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면서
자신이 이 별명을 얻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해 준다. 원래 말이 없고 은둔형 기질인 벤치뉴를 두고 이웃들이 
사용하던 말이 결국 어느 날 밤 열차에서 만난 청년에 의해 별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카즈무후'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말이 없고 자기 세계에 빠진 사람에게 흔히 붙이는 별명이며
'동'은 귀족 냄새를 풍기기 위한 반어적 표현으로, 동 카즈무후는 '무뚝뚝 경' 혹은 '퉁명 공'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라고 한다. 

그리고 제2장에서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삶의 양 끝을 연결하여, 노년기에 이르렀을 때
젊은 날의 의미를 되찾는 것이 그 목표라고 한다. 화자가 그저 누군가를 잃기만 한 것이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경우엔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아서 그 빈자리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소설 전체에 흐르는 화자, 벤치뉴의 성격은 동 카즈무후가 중년에 이르러 가지게 된 현재 별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브라질의 유망한 귀족 가문에서 첫아들이 사산된 후, 독실한 어머니인 
글로리아 부인이 둘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내아이라면 그 아이를 교회에 보내겠노라고 맹세한 후에 
태어난 아이가 바로 벤치뉴이다. 벤치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과부가 된 어머니는 하느님께 경외심을 
품고 있었던데다 친척과 가족에게 자신의 맹세를 털어놓음으로써 그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벤치뉴의 
어릴 적 장난감, 성서, 성상, 가정에서의 대화, 모든 것이 제단으로 귀결될 정도로 신앙과 신실함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가문의 어리고 섬세한 소년이었다. 

한편 벤치뉴의 이웃에는 어릴 때부터 친밀하게 지내 온 카피투라는 소녀가 부모님과 살고 있다. 
사춘기에 이르러 서로 사랑을 맹세하게 된 소년 소녀는 벤치뉴가 신학교에 입학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궁리한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파도와 닮은 눈빛을 지닌 아름다운
카피투를 떠나 신부가 될 수 없는 벤치뉴는 객식구인 주제 지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상파울루로 가서 
법학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지만, 하느님을 거역할 수 없다는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벤치뉴는 
신학교에 입학한다. 

서로의 사랑은 깊어지지만 벤치뉴는 주제 지아스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 거리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의
카피투를 향한 시선 한 번에도 의심과 질투의 감정은 고통과 고뇌로 변한다. 

소설의 중반부에서부터 시작되는 벤치뉴의 의심으로 비롯된 감정들은 벤치뉴가 신학교를 그만두고
법학을 공부한 후 변호사가 되고 카피투와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있다.
신학교에서의 절친인 에스코바르와는 각자의 결혼 후에도 친밀하게 왕래하는데...

벤치뉴 부부와 에스코바르 부부는 더없이 행복한 삶을 살지만 에스코바르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장례식장에서 추도사를 하게 되는 벤치뉴는 눈물 몇 방울을 조용히 흘리고 있는 카피투를 보고  
걷잡을 수 없는 의심의 늪에 빠지고 그때부터 그의 가정은 순식간에 와해된다.

성장해 가는 아들을 보면서 에스코바르의 환영을 보는 듯한 벤치뉴는 급기야 공포 속에서 약물을 
구입하는데...

제135장의 제목은 <오셀로> 이다.
극의 주제만 알고 있었던 벤치뉴는 손수건 한 장으로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오셀로의 비극을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죽어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카피투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결백했던 데스데모나와
카피투를 비교하면서 밤새도록 거리를 배회하며 자살을 암시한다.

마지막장까지 벤치뉴의 고백록은 너무 세세하여 마치 실제 존재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세세하게 기록한 
논픽션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신앙심이 깊으면서도 질투와 의심에 사러잡힌 남자의 고해를 읽는 것 같았다.
오셀로 비극과 비슷한 결말을 상상하며 회개의 고백록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역시 벤치뉴는 파국으로
치닫는 선은 넘지 않아 내심 안도하며 완독했다. 비록 그의 가족은 와해되고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결국 제2장에서 이 회고록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한 부분에서 벤치뉴의 성향을 재차 알게 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동카즈무후 #마샤두지아시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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