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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영  -

희한하게도 둘이 머리만 겨우 가리는 그 작은 공간에 둘이 들어서자 그와 내가 특별한 지붕 아래라도 들어온 듯 가슴이 쿵쿵 뛰었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너무 잘한 일 같았고, 비도 절대로 그치지 말았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걷는 그 길도 더 길었으면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늦어서 미안하다면서 길거리의 양품점에 들어가더니 우산을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아무리 집에 예쁜 우산 많다고 거짓말을 둘러대도 그는 억지로 꽃무니가 자잘한 하늘색 우산을 사주고야 말았습니다. 우산을 선물 받고 그렇게 슬프기는 그때 이후로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선배는 그날 그렇게 갔지만 나는 그게 너무 소중해서 비가 오는 날마다 우산을 펴며 그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우산을 애지중지 아끼며 지내다가 그 해 여름 폭풍이 몰아치던 울진 앞바다 어느 작은 여관에 그 우산을 놓고 오고 말았습니다. 우산을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우리가 이미 강릉 방향의 버스를 타고 난 다음이었지요. 혼자라도 버스에서 내려 그 우산을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일어서 한참을 망설이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선배는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그 후로도 가끔 옛 노래가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잃어버린 우산>이 흐르면 그날이 생각납니다.

 

J. 무엇을 잃어버리는 일이 꼭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기억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니까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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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

이번달에는 소설을 많이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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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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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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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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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움켜쥔 많은 헛된 것들…

결혼에 대한 집착, 행복한 가정에 대한 집착,
돈에 대한 집착, 명성에 대한 집착,
심지어는 도덕적으로 옳고 착하기까지 해야 한다는그끔찍한 집착까지!

그리고나자 마지막으로 억울하고 가련한 희생자가
되고싶은 저의 교활한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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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07일에 저장
구판절판
일처 다부제라는 발칙한 사상을 가진 아내와 그를 너무 사랑하는 평범한 남편 그리고, 또 두번째 남편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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