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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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채사장의 위트와 조곤 조곤한 말솜씨가 참 반가운 책이다..

'인간들의 개념들이 모여 있다는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갈 기세' 와 같은 구절들에선 크게 웃기도 했고, '이렇게 된 이상 빅뱅이다!' 와 같은 멋진(?) 삽화에 감탄을 하며 500 페이지 넘는 책을 원샷~했다.


채사장이 세계와 자아의 합일이라는 주제로 책을 내지 않을까 하는 조짐은 이미 있었다.

'열한 계단'에서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에서.

다만 그 책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라는 형식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안전한(?) 접근법을 선택 한 것 그리고 가장 부담감(?) 없게 이야기 풀어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뭐랄까... 문턱에 서서 "내 이야기 좀 들어 봐봐~ 내가 왜 이 결론에 도달 했냐면....." 하는 것 같다.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쓰기까지 얼마나 고심 했을까 싶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수위를 어느 정도선으로 조절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고 썼을 것 같다. 

달을 보라고 하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참사(?)를 막기 위해 균형을 잘 잡으며 쓴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주제는 하나다. 세계와 자아의 합일.

그 결론을 위해 138억년을 쉴새 없이 달린다. 

읽다보면 그동안 왜 신간이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개인적으로 내게 이 책은 시작점으로의 귀환, 완벽한 원을 그린 것과 같다. 

'열한 계단' 읽으며 시작된 나의 여정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로 돌아와 마침표를 찍은 것과 같다.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이다." 

라고 했던 T.S. 엘리엇의 시구가 바로 그것과 같다. 


어릴때부터 참 궁금했다.

난 왜 태어났나.. 난 어디서 왔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그래서 책이 그렇게 좋았나보다. 분야 상관 없이 그저 읽고 또 읽었다. 답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하면서. 

그러다 어느 순간, 무언가 희미하게... 뭔가가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느낌은 왔다. 

뭐라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무언가 하나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그런 것은 아닐까 더더욱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열한 계단'을 읽어 나가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작가분과 내가 독서 여정이 참 비슷하네" 라며...

흥미롭게 쭉 읽어 나가던 중 '티벳 사자의 서' 그리고 '우파니샤드' 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내가 내게 했던 질문에 답을,적어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그후 시작된 나의 여정.... 

그때부터 지금까지 심봉사 지팡이로 내 딛는 심정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왔다.

과학, 철학, 역사, 경제, 문화, 심리학, 종교서, 영지주의, 동양 철학, 신화, 예술... 닥치는대로 읽었다.


내면으로 들어가 사색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점과 점들을 조용히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나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되었다. 

어느 샌가 내 세계는 확장하고 깊어지는 하나의 '구'로 변해갔다. 

시간도 공간도, 인생도 비선형으로 보아졌고,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과 밖이 다르지 않음을, 위와 아래가 다르지 않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역시 세계와 자아의 합일이라는 시각을 갖게 되었고, 그저 일상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지난 3년간 큰원을 그린, 내면으로의 탐험을 통해 내 세계관이 바뀌었고, 또한 내 인생이 바뀌었다. 


채사장 이전의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가 있다.

채사장의 재수 시절, 사회 문화 선생님이 수업 중 담담하게 지식을 얻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다. 


"별 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모양의 지식이 담겨진 책을 읽으면 될까요? 한 번에 읽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별이라는 지식을 얻을 수 없어요. 지식은 그런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책을 펴야 해요. 삼각형이 그려진 책, 사각형이 그려진 책, 사각형이 그려진 책, 원이 그려진 책. 이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을 때, 삼각형과 사각형과 원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비로서 별을 만드는 것입니다." 


"무언인가를 이해하려면 그것 밖으로 걸어나가서, 그것에서 벗어난 뒤, 다른 것을 둘러보야만 한다. 그것은 비단 입시뿐만이 아니다. 전공이 되었든, 업무가 되었든, 모든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닌 것들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라고 채사장은 별 이야기 말미에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채사장 작가님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열한 계단'에서 시작되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거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아주셔서, 그리고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그것을 풀어낼 용기를 가져 주셔서. 그리고 무엇보다, 채사장님이 쓰신 '고독한 무인도에서 허황된 기대와 함께 띄워 보내는 유리병 속의 편지'가 제게 닿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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