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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단순히 르네상스의 인물로써, 어쩌면 '시오노 나나미'와 '마키아벨리'가 아니었다면 '체사레 보르자'는 역사의 저 한 켠에서 그 쪽 방면 '전문 역사가'들이 읽을 논문에나 등장할, 아님 수많은 역사 개설서의 한 두줄 정도 등장해 있을 인물이었을 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와 시오노 나나미의 손길에 의해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전반에서 짙은 흔적을 남기고 등장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역사가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맹점인 자칫 사료에 의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판단보다도 '시오노 나나미'는 여러가지 사료와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한 작가적 상상력의 필력으로 역사물과 문학이 자연스레 녹아 들어간 한 편의 아름다운 보석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오히려 체사레 보르자는 이 저서로 인해 생전의 이탈리아의 통일은 이루지 못 했을지언정, 역사 속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자신의 이름을 독자들에게 각인 시켜 나갔다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
한가지 흠은 그녀의 관점에 따른 '체사레 보르자'에 대한 평가가 너무 그녀의 관점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체사레 보르자를 중심으로 한 글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당시 이탈리아의 전체적인 정치적 관점은 쉽게 읽을 수 있더라도 실제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그에 대한 묘사력은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에 비해 다소 흡인력이 모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 '마키아벨리'와 '체사레 보르자' 의 신분적인 격차에서 오는 사회관에 따른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어 크게 껄끄럽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이 책의 묘미는 오히려 그런 관점보다 그 자신과,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정치적 권모술수를 작가의 탁월한 묘사와 자신의 상상력을 곁들인다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당시의 이탈리아에서 당신 역시 체사레 보르자 혹은 그를 지켜보는 한 이탈리아인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에 따라서는 그의 여성적 편력과(이에 대해서는 <르네상스의 여인>이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또다른 저서가 많은 도움을 주리라 본다.) 폭군적인 정치적 성향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의 젊은 나이에서 오히려 그런 부분이 결여 되었다는 것도 이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약육강식적이었던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에서 여우와 같은 교활함과 사자의 강인함을 갖추어야 했을 군주의 삶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충분히 체사레 보르자를 '군주' 가 아닌 '인간' 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