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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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책은 '찰나의 거장'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즉흥곡으로, 글로써 잡아낸 '결정적 순간'이자 사유가 인화해낸 내면일기이다.'

알라딘의 책 소개의 문장 중 일부인 위의 글은 이 책에 대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마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얇은 책과 그나마도 후반부에 가서는 몇 줄의 문장만이 페이지를 잡아 먹고 있는 내용들을 보고 서가의 제자리에 놓아둔체 자리를 뜰지도 모르겠다.

허나 브레송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그의 사진에 흥미를 느꼈다면 이 책은 놓쳐서는 안되는 서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 브레송에 대해 총정리한 내용이나 그의 사진들을 진지하게 보고 싶다면,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까치)' 를 구하면 된다.

그 책에 실린 사진을 하나하나 꼼꼼히 보고 있으면 그의 사진들이 담고 있는 찬찬한 삶의 순간들을 여실히 알 수있게 된다.

허나 조금 지나면,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시선으로 이런 사진들을 담았을까 궁금하게 된다.

예술작품은 발표되는 그 순간,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다는 이론도 있지만, 또 다르게도 예술작품은 그 예술가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므로 가끔은 그 예술가의 창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 작가의 사진을 보지만, 그 작가가 어떤 사람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 (브레송의 경우, 그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결정적 순간' 이라는 표현이나 설명은 제대로 된 작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거나 한 작가에 대한 철저한 이론의 공부 없이 '~카더라'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도 많지 않나 한다.)

이 책의 큰 장점이라면 13쪽 부터 시작되는 '스케치 북으로서의 카메라' 에 담긴 네 편의 수필에 있다. (개인적인 판단이겠지만, 이 네 편의 수필 때문이라도 이 책은 구입의 가치를 의심할 필요가 없지 않나 라는 느낌도 든다.)

이 책은 흔히 우리가 브레송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결정적 순간' 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사진을 대하는 철학에 대하여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로 읽혀 진다.

워낙 글쓰기에 인색하던 작가다 보니 이렇게 작가의 사상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가 나왔다는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그 외의 여러 글과 아포리즘들 역시 꼼꼼히 읽고 그의 사진집들을 이리저리 들추며 생각해보니 예전과는 또다르게 그의 사진들이 보여진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창을 만들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서적이라 여겨진다.

단순히 세간의 흥미 정도의 접근이나 혹 아포리즘과 두께 정도로 이 책을 폄하하게 되거나 외면하게 된다면 한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잃어 버리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은 브레송을 이해하는 데 얇지만, 중요한 단초를 제시한다.

브레송에 대해 막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 브레송의 사진에 대한 철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분명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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