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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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에는 23개의 주제가 있다.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주제와 관련된 여러 책들과 그것들에 대한 독후감이다. 그 중 '교양 ; 지식의 최전선' , '촘스키와의 대화'는 낯설지 않은 책이어서 다시 책을 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주제에 있는 책부터 읽고 싶은 심정이다.

난 아직 책을 요리하진 못한다. 지난 번 술자리에서 한국인들이 술먹으며 가끔 먹는 안주 재료인 '친일 문제' 얘기가 나왔었다. 냄새만 맡고 아직 먹어보지도 않은 내게 단맛, 쓴맛 느껴가며 그 재료를 요리하기엔 아주 어리다는 생각을 했다. 해서 여러분들도 냄새 맡아보구 하나하나씩 만들어 먹길 바란다.


"정형화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들; 친일 부역자와 전범은 다르다

 해방 정국에서 친일 인적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은 민족주의가 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저자는, 대담집 [인텔리겐챠](푸른역사,2002)를 통해 친일파에 대한 나름의 판단 기준을 일찌감치 세워 놓고 있다. : "저는 친일 문제에 두가지 차원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일본 식민지에 대한 한국인들의 협력이라는 측면이 있고, 또 동남아시아 각국이 우려하는 일본의 우경화나 일본의 또하나의 측면인 전쟁 책임과 연관되는 것으로, 일본의 총력전 체제에 대한 협력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건 명백히 구분되어야 하는 건데요, 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또는 태평양전쟁 발발의 책임 문제는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교묘하게 얽혀져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조선 지배에 협력한 부류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침략 전쟁을 수행할 때 전쟁에 협력한 부류가 있습니다. 물론 놀리적인 문제겠습니다만, 이걸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친일파라고 하는데 논리적으로는 구분을 해야 합니다."  일본의 조선 지배에 협력한 부류(친일파)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과 중일전쟁에 참여했던 부류(전범)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위의 주장은, 굉장히 충격적이면서 어떤 긍극을 지향하고 있다.일제 잔재 청산의 진정한 목표가 탈식민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 속의 식민주의부터 발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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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력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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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맡았던 역은 도박장 주인이었다. 하루는 그에게 한 여자가 다가와 이런 말을 걸었다. 냉소적인 보가트의 대답이 아주 유명한데, 과연 뭐라고 했을까?

" 어젯밤 어디 있었죠?" 그렇게 _______은 기억 못해."

"오늘밤 만나줄 거예요?" " 그렇게 ________은 나도 몰라."


이 책은 여러 상황을 두고 그 상황에 어떤 코멘트를 해야 적절한지를 실제 예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우린 상대를 위로해야 하는 상황이나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 무슨 말을 상대에게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말보다는 마음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나 행동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은지?

아님 적절한 비유나 예를 들어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중에서 전자에 손들 든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이와 다르게 후자에 손을 든 사람은 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된다. 또한 적절한 대답을 찾다가 그 타이밍을 놓쳐서 땅을 치고 후회해본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말은 한번하면 주워담기 어렵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할까 고민만하다 빈 그릇만 들고 다니는 것도 또한 낭패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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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즐거움
다나카 고이치 지음, 하연수 옮김 / 김영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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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
묵묵히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다 보면 놀라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이상한 결과 나왔을 때 상식에 얽매인 나머지 그 결과를 놓치지 않는 데 있다. 이론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패했다거나 실험이 잘못되었다고 단정 짓지 말아야한다. 내가 고분자의 질량 스펙트럼을 측정해서 이온화의 신호를 발견할 수 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분명 '보는(see)'것과 '인식하는(recognize)'것은 다르다. 나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의식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늘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서 더 이상 연구에 몰두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로 나타난 결과가 의도했던 것과 왜 다른가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어느새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 최저 학력이라는 말을 듣고 과연 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하루만에 책을 읽어 버렸다. 책을 무척 늦게 있는 나도 한번에 읽을 만큼 부담되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노벨상을 탄 뒤 다시 엔지니어로 돌아 갈 때까지 여러 강연을 하면서 말하고자 했던 바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다. 하나는 엔지니어로써 노벨상을 받기까지 살아온 바를 이야기한다. 그 중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초등학교때 실험을 하면서 깨닫게 된 과학에 대한 철학(과학이란 교과서대로의 답을 고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견하는 데에 진정한 즐거움)과 제품을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판매하고, 보급하는 과정까지 참여하는 열정이었다. 다른 하나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게한 소프트 레이저 이온화법을 발명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생애 최고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실패에 대한 우리에 시각을 다양화하게 하는 거 같다. 누구보다도 이 저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을지라고 꿋꿋하게 연구하고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든든한 모델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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