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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책꽂이 - 건축가 서현의 인문학적 상상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주로, 소설과 에세이류를 좋아하지만, 인문 에세이라니 조금은 생소했고, 그리고 인문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으로서, 인문 에세이는 조금은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닐까 슬며시 걱정스러웠습니다. 일단 사이즈도 아담하고, 페이지 수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긴 하지만, 역시 인문학이라는 단어에 괜히 기가 눌렸습니다. 사실 인문학이라는 게 별거 없을 수도 있는데,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정치? 예술? 문화? 철학? 등등의 인간의 일일 것이지만, 아직 독서의 폭이 그렇게 넓지 못한 관계로 어떤 책일까 궁금하고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즐겁게 읽어 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파심은 첫 장을 펴자마자 가볍게 물리쳐 주셨습니다. 책은 조금은 짧은 이야기들의 묶음이지만, 재밌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 쓰인 책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적당히 비틀고, 상상의 재료와 다른 시각을 첨가하여 현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에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생각과 시각이었습니다. 주로 동화, 우화, 신화 등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 내셔서 더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알고 있었던 이야기의 마치 다른 부분을 들춰 본 기분도 들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이게 동화가 그냥 허무맹랑하게 지어낸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과도 참으로 잘 맞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작가님의 유연한 사고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엄청난 독서량이 있기에 그러하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되려면 얼마나 책을 읽어야 하지?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엔 일단은 편식적인 독서습관을 먼저 고쳐야겠지만 말입니다.

서현 작가님은 글만 쓰신 게 아니라 책속에 삽화도 직접 그리셨는데요. 꽤 실력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무지하게도 역시 설계(건축)를 하시니까 그림도 잘 그리시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스스로도 어이없어서 웃었습니다. 멋진 그림들도, 재밌는 그림들도 있어 글을 읽으면서 삽화의 도움도 즐거웠습니다.
이야기마다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어 요즘말로 참 웃픈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무척 유쾌하지만, 읽다보면 웃을 이야기가 아닌.... 묵직하니 다가오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하고 말입니다. 메시지와 주제들을 짧은 이야기들 속에 잘 녹여 내어놓으신 것 같습니다.
너무 머리 아프지 않게, 딱딱하지만은 않게, 조금은 쉽게 인문학적인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고, 이야기 속에 풀어진 이야기들의 실질적인 이야기도 궁금해 지고해서 인문학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아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긴 하지만, 저자님이 건축가이시고, 건축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자를 쓰셨는데, 어쩐지 그런 이야기를 알고 나니 건축에 관한 묘한 호기심도 생깁니다. ( 서현 작가님의 주택이기도한 해심헌, 그리고 본 책의 출판사인 효형출판사의 사옥 등등 설계하신 건축물들을 찾아 본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상상의 책꽂이 >으로 인문학도, 건축도 흥미가 생긴 묘한(?) 상황이 되었네요.
꽤 즐거운 시간이었고, 서현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도 흥미가 생겨, 조만간 다른 책들도 만나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