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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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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저자 올리버 색스

출판 알마

발매 2018.03.07.




올리버 색스의 다윈과 프로이트 분석기



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출간물입니다. <의식의 강>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짧게 주어진 시간의 향이 진하게 풍겨오지만, 그 탓인지 깔끔하게 마감된 결말로는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주제적인 측면에서 잘 어우러지는 느낌도 있고요. 와중에 올리버 색스 특유의 통찰이랄지, 저자만의 집요한 연구 결과 분석이랄지, 등등의 요소들을 시종일관 흥미롭게 저술하고 있습니다. 과학자가 걸친 '문학'이라는 외투는 확실히 태가 예쁜 것 같아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저자 올리버 색스

출판 알마

발매 2016.08.17.





 
▲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2. 그러니까 초반부는 식물학자로서의 다윈을 지면의 상당량을 할애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윈 본인은 물론이고, 후대의 많은 학자들이 놓치곤 했던 다윈의 부분들을 흥미롭게 짚어내고 있고요. 과정에서 과학사의 여러 이면을 이곳저곳에서 들춰보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뇌신경절(cerebral ganglia)등등의 적확한 용어를 사용해가며, 관련 내용을 깊숙이 파고들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밀도 높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작들이 흥미로운 사례와 조금은 편하게 다가오는 문장들을 유려하게 이용하는 저자의 내공이 좋았다면, <의식의 강>은 어떤 면에선 조금 더 디테일하고 사적인 서술을 통해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만족시켜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3. 책은 다윈과 프로이트를 지나, 최종적으로 <의식의 강>이라는 장에서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분히 확률적인 요소로서의 과학을 설명하면서, 책을 결말 짓고 있는데 이러한 결이 제목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오히려 뒷부분이 직각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마무리가 아니어서, 의식과 확률로서의 이야기들을 잘 담아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정신분석과 관련의학계에서 그간 올리버 색스가 유려한 통찰을 보여준 삶 전체와, 의식의 강이라는 장중한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멀리서 사모의 마음 바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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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 - 황순원 작품선 한국현대문학전집 (현대문학) 11
황순원 지음, 김수이 엮음 / 현대문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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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순원의 '링반데룽'과 나선의 계단.


   링반데룽은 (ringwanderung) 흔히는 산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맴도는 현상을 말한다. 작품 속 주인공은 죽어가는 친구의 모습에서 링반데룽을 떠올려 내는데, 작품의 결에 이르러 이 환상방황을 자신과 설희의 관계로 확장한다. 설희와 자신 역시 길을 잃어, 저마다의 환상방황 (環狀彷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곤 그 둘은 적절한 반경 범위에서 한번 내지 두 번, 접점을 이룰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다만, 이제껏 그 타이밍을 놓쳐왔다고 얘기한다. 작가가 얘기하려던 골자는 이 스토리에 있겠지만, 나는 도리어 이 에피소드를 위해 끌어온, 친구의 환상방황(環狀彷徨)에서 전율하고 만 것이다.



   주인공의 친구는 동공마저 다 풀어진 상태로 묘사되는데, 그 와중에도 광채를 발하며 줄곧 한 곳을 바라보는 장면을 서술하며 작품은 시작된다.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인다. 초점을 잡으려고 애쓰면서도, 이내 놓쳐버리게 되는 그 시선의 의미가 내 유년기의 신념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친구는 고시에 합격하여 서게 된 교단에서, 그리고 여러 여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헛된 원을 그리는 자신을 봤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혼탁해진 시야에도, 실은 오직 한 곳만을 응시하려 했던 것이다.



   나 또한 사회적인 요구에 이리저리 치여서 넝마가 되어서는, 기어이 눈을 내리깐 채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를 굴리며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했다. 나선의 계단이다. 나는 나선계단을 타고 오르는 중인 것이다. 원형을 돌고 돌아, 다시금 같은 자리에 떨어진 듯 보이지만 실은 한 층의 진일보를 일궈낸 것이다.



   나는 링반데룽을 겪으며 그저 같은 자리를 맴맴 돌고 있는 것일까. 혹은 정말 나선계단을 빙빙 타고 한 층씩 올라가, 시선이 머물던 그곳에 마침내 닿을 수 있을까. 난 아무것도 알 수가 없지만, 작품 속의 인물들이 나와 함께 이 시기를 겪고 있다는 텍스트는, 묘한 위안이 되어 주었다. 나와 우리 친구들은 이 터널같이 어두운 시기 속에서도, 터널은 목적지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어떻게든 떠올려 내어서, 기어이 접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 다짐해 본다.























2. 황순원의 '곡예사'로 돌아본 나의 무대.



  작품의 시대배경은 ‘피난민’ 이나 ‘6.25 사변’ 같은 직접적인 단어들로 1950년대의 혼란스러움을 제시한다. 주인공의 가족들에게는 정해진 거처가 없다. 의, 식, 주 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작품에선 단적으로 ‘구공탄이나 들일 헛간’ 에서조차 쫓겨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나는 먹던 치즈케잌을 조심스레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황순원의 작품들은 시종일관 간결한 문체를 보여주는데 그런 식의 담담한 묘사에서 오히려 울림이 큰 아픔이 느껴진다. 예컨대, 주인공이 집을 구하기 위해 거리를 전전하다가 들린 부둣가에서 “야, 바다란 아무 때 봐도 좋다. 가까운 눈앞에 갈매기가 껑충인다. 야, 멋들어졌다.” 라는 독백을 하는데 이 의미 없는 독백마저 작품 속에서 맥을 같이하면, 여유보다는 당대의 아픔이 저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주인공은 몇 안되는 페이지 내내 ‘변호사 영감댁’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 벼랑 끝에 몰린 한 가족의 가장은 이제 어떤 형태로든 영감댁과 담판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늦은 나이의 군 복무라는 나름의 ‘변호사 영감 댁’이 있는데 아마 누구에게나 이런 ‘영감 댁’ 하나쯤은 마음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은 정작, 변호사 댁이 있는 골목에 다다르는 장면으로 끝이 나지만 저마다의 ‘영감댁’을 품은 독자로써 우리는, 이 주인공을 온 힘을 다해 응원하며 페이지를 덮은 것이다.



  황순원의 많은 단편 중 단연 걸작으로 다가온 ‘곡예사’의 백미는 역시 이 결말에서 드러난다. 변호사 영감 댁으로 가는 그 최후의 길에, 주인공의 아이들은 그 간 속으로만 수천 번 외쳐온 노래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댄다. 이에 주인공은 ‘놀음패’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연극이자 곡예요, 주인공은 이들의 단장이 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오늘의 이 곡예를 돌이켜보고, 슬퍼할지 웃을지는 몰라도 주인공은 이 모든 게 좋은 것이라며 아픔을 깨끗하게 승화시킨다. 단장님은 씩씩하게 굿바이!를 외치며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방점을 쾅, 찍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쾌한 끝인사가 어떤 낱말보다도 슬프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우리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저마다의 배경 가운데서 존재하는, 필연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이 ‘아픔’은 문학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아픔’을 목격하는 것으로 치유되는 것이다. 그 수혜를 받은 2014년의 한 독자이자 곡예단장으로써 나는, 선임 단장님에게 경례를 드린다. 그리고는 참으로 훌륭하고 멋진 놀음이었다고. 유예된 의무와 숱한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자꾸만 위태롭고 약해지는 내 허리에 팔을 둘러 준 선임 ‘곡예사’를, 언제라도 응원하겠노라고.





'카인의 후예' 

-아스팔트를 뚫고 피워낼 우리들의 꽃.





  서두부터 굉장히 아름다운 표현들로 눈길을 휘어잡는다. 지금껏 읽어온 황순원의 소설들은 대개 해방 전후를 기점으로 6.25 직후까지의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카인의 후예’는 1946년 초 평양 근교의 한 농촌에서 일어나는 해방 직후의 토지개혁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선, 줄거리의 가장 큰 맥은 지주계급의 몰락과 인민위원회의 성립, 인민재판의 살벌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지주의 아들이 월남을 결심하는 마무리다.



   장편인 만큼, 여러 가지 모티프가 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크게는 제목부터 드러나는 구약의 ‘창세기’와, ‘견우 직녀의 설화’가 그것이다. 나는 이 자극적인 제목이 주는 의미에 우선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데, 카인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의 장자이자, 아우인 아벨을 죽인 최초의 살인자로 알려져 있다.




   구약성서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원죄’의 개념은 황순원의 작품에서의 ‘소유욕’과 대응된다. 등장인물들은 땅 몇 덩이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함께 해 온 이웃을 죽이고, 6.25라는 동족산장의 전쟁도 모자라 눈에 불을 켜고 서로의 사상을 지적하며 너 죽고 나 죽자,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람 인’ 자와 ‘사이 간’ 자를 써서 ‘인간 (人間)’ 이라고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야 인간이라는 것이다. 등장인물들 사이에는 사람 대신 조금이라도 가지려는 욕망만 들이차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인의 후예’ 라는 수식어보다 적절한 설명이 있을까. 사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은 저러한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을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들과 오작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세상적인 덧없음과 대비되며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저분한 상황 속에서 주목할 만 한 건, 주인공인 지주의 자식 ‘박훈’과 마름의 딸인 ‘오작녀’ 간의 순수한 사랑이다. 진흙 속에서 피는 꽃처럼, 세상을 둘러싼 것들이 변하고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어도, 오작녀와 그의 남동생 삼득이는 관계의 소중함을 지킨다. 그 소중함을 알아내고 만다. 칠월 칠석 하루를 기다리며 베를 잣는 ‘직녀’의 상징은 현실의 어려움을 참고 이겨 내는 ‘오작녀’라는 인물을 통해 뚜렷이 제시되는 것이다. 작품은 그들이 기어이 이어지는지, 에 대한 결말은 열어두고 있지만 그건 사실 의미가 없다. 이미 오작녀의 세월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그 과정은, 작품 속 지저분함을 말끔하게 해소한다. 그리고 그걸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이 아이러니를 짚어낸다. 우리가 정말 낫을 들고 멱살을 잡아야 할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속세를 향한 욕망’ 인 것임을.




   이러한 시점에서는 더 이상 ‘토지개혁’ 이라는 당대의 문제는 인간이라는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작금에 와서 ‘토지개혁’은 당장 현실의 ‘공무원 연금 제도’부터 ‘야스쿠니 참배’로 대표되는 옆 나라 일본의 역사의식까지, 수도 셀 수 없게 불어나 있다. 우리도 언젠간 이 뚜거운 아스팔트를 뚫고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작품 속 오작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그 씨앗이 되어 독자들에게 심어진다. 남/여와 인종을 떠나, 나아가 종족과 시대를 떠나서, 진정한 의미의 ‘배려’로 그러한 위대함을 되찾는 우리가 될 수 있었으면, 인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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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철학 노트 - 철학이 난감한 이들에게
곽영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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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철학 노트

저자 곽영직

출판 MID

발매 2018.02.22.




들어가며…


  우선 저부터 편견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과학과 철학은, 문과와 이과처럼 경계가 선명한 두 학문이라고 생각했었죠. 생각해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철학자이자 동시에 조각가, 화가, 과학자 등등의 직업을 겸비했던 위인인걸요. 어쩌면 그러한 구획은 현대의 기준에 불과하고… 다빈치는 그저 진리를 추구했을 따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시작부터 웬 다빈치를 꺼낸 이유는…이처럼 학제 간의 구획을 지우는 시도가 오늘 소개할 책의 특별한 점이기 때문입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많은 철학자들이 그렇습니다. 일반 입문서에서는 대표적인 사상만 가볍게 소개하는 식인데 다분히 과학사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유려한 사고를 보여주는 책이랄까요. 칸막이 없이 지식들이 자연스레 뒤섞이는 모양새가 신선한 책입니다.







 
▲ 과학자의 철학노트



 
 
▲ 과학자의 철학노트




과학자의 철학노트


  철학사와 철학자를 연대기별로 나열하는 수준이라면 서평을 쓰지 않았겠지요. <과학자의 철학노트>의 서술구조는 어느 정도 전형적인 철학 입문서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내용은 역시 조금 특이합니다. 이를 테면 피타고라스 학파라던지, 상당히 과학사적인 양념들이 묵직하게 곁들여집니다. 그렇다고 그 농도를 진하게 타진 않아요. 독자 입장에서 가독성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중요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바탕으로 철학사가 전개됩니다. 


  물론, 학문이란 게 현대에 이르기까지 분기도를 다양하게 확장해왔고, 각자의 자리에서 점차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쨌든 철학이란 테마를 구심력으로 가지고 있고, 구성적인 면에서 연대기별로 조직된 책이기 때문에,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철학과 과학을 어느 정도 양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다소 전형적인 얘기들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과학사적인 내용들을 담아내는 노력을 보입니다. 


  그럼에도, 철학사를 과학자의 체로 걸러낸 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촘촘하게 내용물을 건져낸 부분도 있구요. (철학이라는 것이 앞과 뒤만 있는 게 아니라 양 옆은 물론 위도 있고, 밑도 있는 것일 테니까요. 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볼 수 있는 면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부분에서 흔히 교양으로서의 철학이, 과학사와 잘 버무려진 점이 탁월한 책입니다. 결론적으로, 상당히 균형잡힌 철학 입문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주요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밀도 높게 다뤄내고 있어요…. 관련 부분 입문서가 필요하신 분들께 권유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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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존 L. 잉그럼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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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이케이북에서 출간된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입니다. 상당히 놀랐습니다. 정말로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책이기 때문인데요. 웬만한 학부 전공 서적의 깊이 정도는 우습게 파내고 있습니다.  

  우선 저도 학부시절에 미생물학은 물론이고 생화학, 면역학, 분자생물학 등을 수료하긴 했지만 아주 몇몇 지점에서는 생경한 내용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제 경우는 가독성이 높은 편이긴 했습니다만…결코 만만한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유익한 저서라는 반증이겠지요. 그럼 책의 내용을 볼까요.







 
 
▲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저자 존 L. 잉그럼

출판 이케이북(EKBOOK)

발매 2018.02.09.

 
 
▲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TMAO같은 물질로 인한 생선 비린내의 원인, 혹은 마른 사람과 뚱뚱한 사람에서 증식하는 유익균의 관한 내용까지 상당히 최신이론까지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90년도에 인간 유전체를 적확히 분석하자는 마이크로게놈프로젝트가 있었다면 현대에는 마이크로바이옴프로젝트가 있겠습니다. 특히, 장내 유익균의 경우 식생활과 관련된 요소뿐만 아니라 여러 퇴행성 질환과 당뇨같은 질환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밀도 높은 지식들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첨부한 사진에서처럼 서간체를 사용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나가기도 하면서,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깜찍하기도 합니다. 그마저 잡학 수준에 그치지 않고,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부분이 특히 훌륭합니다. '일반생물학'이라는 나무가 있고 일반적인 책이 그 나무에 열리는 잎을 감상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그 속의 기관과 조직계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달까요. 






p.s )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렇게 용어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비전공자들이 자연과학 내용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지침이 되어 줄 수 있겠네요.




  총평을 하자면 결코 쉬운 책이 아닙니다. 전공서를 제외하고 제가 읽은 자연과학서적 중에 밀도가 가장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관련 전공자들이 생각을 정돈할 때라던가, 혹은 비전공자가 관련 지식들을 참고해야 할 때, 신뢰 높고 적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면만 슬쩍 소개하는 가벼운 입문서가 아닙니다. 책의 바리게이트가 높게 형성된 만큼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구요. 흔한 표현이지만 가장 큰 단점이 가장 큰 장점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금에 이르러 학문들이 다양하게 분기도를 그려가면서, 어느 정도 구획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자의 학제에서 깊어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지식을 넓은 범위에서 적립해가려는 시도들이 많고 그 수요를 읽은 출판업계는 넓고 얕은 지식들을 쏟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용기 있게 나온 책이고요. 이런 책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며..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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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들 - 당대 최고의 석학 110명에게 물었다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 / 갤리온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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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비에이몰에서 출간된 <위험한 생각들>입니다. 형식적인 측면은 단순합니다. 110여명에 이르는 당대 석학들의 생각들을 담고 있고, 그렇다면 '위험한' 생각들이 무엇이냐…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올바르기 때문에 '위험한' 생각들이라고 책은 서두에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내용들이 시종일관 충격적이지요.

  그러니까 대표적인 예로 지동설을 얘기해 봅시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간판 격인 패러다임이 있고 (이를테면 종교라던가…) 그 기준에 반하는 이론을 내놓으면 그것의 논리와는 무관히 무조건적으로 배척 당하기도 하잖아요. 갈릴레이나 다윈이 대표적이죠. 반면, 이 책은 오직 논리만을 추구하고 있고 와중에 그 위험한 발언들을 밀도 높게 책 한 권으로 엮어내고 있습니다.



p.s)
저는 이 책의 집필의도를 보자마자 <만들어진 신>을 저술했던 '리처드 도킨스'를 떠올렸는데 역시나 이 책의 에필로그를 멋지게 담당하고 있더군요.






위험한 생각들

저자 존 브록만

출판 갤리온

발매 2007.08.24.

 
▲ 110명의 올바르기 때문에 <위험한 생각들>







 
▲ 위험한 생각들
 
▲ 리처드 도킨스의 <위험한 생각들> 에필로그



  책의 구조는 이처럼 명확하고 간결합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를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의 글을 잠깐 볼까요. 뭐랄까, 리처드 도킨스의 에필로그는 제게 일종의 도끼였습니다. 전공지식이라는 오만의 얼음장을 산산조각 내 주었달까요. 문득, 자신이 어떤 분야를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정작 핵심적인 부분에선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의 첨부된 사진에서 보이는 도킨스의 논의는 사실 생명윤리의 진부한 예시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간이라는 개체로 성숙될 수 있기에 생명으로 간주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도킨스는 애초에 그 시작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그게 정말 맞느냐, 그렇다면 왜 다른 동물들은 육종을 개량해 스테이크를 해 먹을 수 있었고, 수박의 종자(씨)를 없앨 수 있냐는 등의.. 섬뜩한 예시를 들어주는 겁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결코 인간의 개량을 옹호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생각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을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머리가 띵해져 옵니다. 저는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으로 간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진리라고만 생각했던 게 아득해져 오는 겁니다. 우리가 진리라고 강경하게 믿고 있는 것들은 사실 얼마나 연약하고 허망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관련분야의 전문 지식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내 목소리를 높이는 책이기에, 그 자체로 상당히 유익합니다. 책의 설정부터 담고 있는 컨텐츠까지 시종일관 흥미롭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께 강권하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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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누리 2021-12-1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지몽매한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혁파한 인물이 갈릴레오라고 으레 소개가 되곤 하는데 ‘무신론자들의 망상‘ 이라는 책에서는 사뭇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갈릴레오는 그리 신사적인 인물이 아니었으며 그 당시에 그가 주장했던 것에 근거는 부족했다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계몽의 선구자가 된 셈이라고 하네요. 덧붙여 과학의 발달은 종교계의 지원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역사라는 것이 현재의 정치 상황에 맞춰 해석되기 십상이니 종교인으로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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